블로그에 3000번째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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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3000번째 글을 쓰면서

드디어 3,000번째 글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꼬박 7년이 걸렸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3,000개의 글을 쓰면서 책 3권을 내 작가가 됐다. 나는 글쓰기나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한 그 무엇도 배운 적이 없다. 밑바닥에서부터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다.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길을 개척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블로그나 나를 폄훼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높이 평가해주는 분위기다. 예전에 이 동네 꼰대들은 나를 만만하게 보면서 경험 없는 어린놈이 패기만 갖고 반짝 수면위로 올라왔다가 금세 사라질 거품 같은 존재라며 수군거렸다. 그들은 나를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온갖 술수를 부렸고 내 아이디어를 훔치다시피 해서 자신의 것마냥 선전하기도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나는 내 할 일을 묵묵히 했다. 내겐 신념이 있었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있었다.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지금 이 지역에선 나와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상당히 괜찮은 포트폴리오와 실제 성과물은 빠르게 소문을 퍼트렸다. 서비스가 필요한 자영업자들은 내 전화번호를 얻기 위해 수소문을 마다치 않고 나보다 곱절이나 나이 많은 한 어른은 독수리 타법으로 통화 가능 여부를 묻는 문자를 보낸다. 바쁠까봐라는게 이유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어쨌거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크리에이터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며 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 운 좋은 케이스다. 나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크리에이터겸 콘텐츠 큐레이터가 됐다. 항상 독특한 시선으로 주제를 던지고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내 포스팅은 전부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다. 객관적인 정보를 라디오처럼 떠들기보다는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 경험담을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나는 공개된 일기장이라 할 수 있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좋았다. 주변인들 모두, 심지어 가족까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사실상 허무맹랑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었고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25살 먹은 철없는 청년이 책을 쓰겠다는 말을 믿는 건 힘든 일이다.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을 계속 듣다 보니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말 대신 글로 썼다. 당시의 블로그는 나의 유일한 해방구이자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술 중 하나였다. 26살에 책을 쓰겠다는 열망을 가졌고 27살에 첫 책이 나왔다.

내 글을 읽고 믿을지 말지 결정하는 건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중요한 건 내 콘텐츠는 다른 것과 다르고,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본다는 점이다. 블로그에 쓴 글은 언제 어디에서나 24시간 검색되고 누구나 볼 수 있다. 하루에 6천 명 정도가 내 블로그에 들락거린다. 정치인부터 공무원, 직장인, 대학교수, 여행객, 뉴스 기자들뿐만 아니라 학생, 자영업자 등 내 블로그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직업군은 다양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한두 개의 글을 보고 빠져나가겠지만, 곧 다시 들어오게 된다.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 포스트의 상당수가 내 블로그에 쌓여있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하회마을’로 내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하회마을 맛집’으로도 내 블로그에 들어올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런 식으로 한 번, 두 번 들어오다 보면 독자는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라는 호기심을 품게 되고,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나는 멀티미디어를 쓸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고 이건 파워가 있다. 왜냐하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수시로 보기 때문이다. 내가 잠잘 때도 그들은 읽고 내가 해외여행 중일 때도 사람들은 내 글을 본다. 나는 만들고 수정하고 편집할 뿐, 그 외에 하는 일은 없다. 나라는 사람의 개인 브랜드와 홍보는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플랫폼을 가진 자의 특권이다. 나는 구태여 안동 시내 한복판에 6천 명을 모아놓고 전축 30개를 연결한 다음 스피커폰을 들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외로워졌고 고독해졌다. 이건 내가 선택한 숙명이었기에 참고 버티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게 블로그 카운터 ‘1’부터 시작됐다. 무언가를 오래도록 한 다는 건 무척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다. 요즘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귀찮다. 사랑하지만 미운 자식새끼 같다. 너무 귀찮아서 이틀 정도 손을 놓으면 자꾸 신경이 쓰이고 습관처럼 블로그가 생각난다. 사흘째가 되면 글을 쓰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일주일 정도 되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빠져서 글 한 두 편 정도는 써야 직성이 풀린다.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은 글을 쓰면 된다.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는 애독가라도 글쓰기나 말하기를 못하는 사람은 많다. 반대로 글을 쓰는 사람은 대체로 애독가나 여행가다. 뭔가를 경험해야만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만난 블로거들은 대부분 다양한 에피소드와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그들의 소재는 풍성하고 할 말은 끝이 없다. 그래서 블로거는 재미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얘기를 나눠보면 참 흥미롭다. 실력 있는 블로거일수록 겸손하다. 굳이 앞에 앉은 상대를 설득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많은 이들이 고작 한두 명을 설득하기 위해 감정을 소비하고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한다. 부질없는 짓이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 이상을 설득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진 사람은 작은 싸움에 초연한 법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장단점조차 잘 모른다. 아무런 참고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자기소개서를 써보라고 하면 절반 정도는 몇 줄도 적지 못하는 게 요즘 문화다.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고 자신의 감정표현에 능숙하지 않다. 그들은 보고서나 논문, 기사 같은 감성이 배제된 기계 같은 글에 익숙해져 있다. 블로그는 감정표현을 연습하기에 좋은 플랫폼이다. 핵심은 사람 냄새다. 내가 쓴 3,000개의 글 모두에 내 향기가 스며들어있다.

가끔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본다. 작년 이맘때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할 때엔 내 블로그에서 검색해본다. 요즘 내가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하며 사는지가 궁금하다면 내 블로그에 들어와 보면 된다. 나에게 자기소개를 해보라면, 나는 내 블로그 링크만을 전달하겠다. 거기에 모든 게 있다. 유명해질수록 자기소개는 짧아진다. 그래서 이번에 만든 내 명함에는 자질구레한 정보를 모두 지우고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과 블로그 링크만이 들어있다.

나는 내가 먹고 여행하고 노는 일상 전체를 콘텐츠화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블로그를 한 것이라고 답하겠다. 사람들은 로또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당첨만 되면 당장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로또복권을 구매하진 않지만, 만약 당첨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며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애초에 좋아서 시작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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