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번째 글을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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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0번째 글을 쓰며…

3,300번째 글은 정성어린 편지처럼 경어체로 해보죠. 차분하고 신중한 느낌을 주고 싶으니까요. 저에게 글 번호를 세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멀지않은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고 하나씩 늘어나는 숫자를 볼 때마다 홀가분해집니다. 3,300개의 글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성에 차지 않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책으로 만들어내고 싶은 콘텐츠도 있죠. 지금 쓰는 이 글 역시 나중에 봤을 땐 ‘삭제'하고 싶거나 '인쇄'하고 싶거나 둘 중 하나일겁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만으로 7년이 넘는 세월동안 하나의 블로그에 모든 글을 적어왔습니다. 작은 규모의 도시를 콘텐츠로 다루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인구가 많지 않아서 콘텐츠 수요와 확산이 까다로우니까요. 소재가 한정적인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고 콘텐츠로 바꾸면서 지역화하는 일은 오로지 저의 몫이었고, 나름대로의 방식과 아이디어로 인터넷과 블로그라는 시스템 위에서 꾸준하게 글을 써왔습니다. 어떤 내용을 지역화하고 롤모델로서 앞으로의 방향으로 제시하는 일.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일. 3,300개를 쓰며 7년을 달려왔습니다.

요즘 안동분들이 많이 가는 식당들 중 일부는 제 블로그에서 최초로 공개한 곳입니다. 여러개의 먹거리와 간식 브랜드를 지역에서 런칭했고 현재까지는 성공적입니다. 수 년의 시간이 흘러 약간의 영향력을 가지면서 많은분들이 게시물을 봐준 덕분에 이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은 저를 아는 사람보다 제 이름을 아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모두 블로그 덕택이죠. 단골들만 찾던 식당 앞에 줄이 있는 모습을 보는건 아주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개인 블로거에게 브랜드화란 어떤 의미일까요? 강의, 책, 맛집, 여행 등 온갖 내용들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블로그에선 명확한 컨셉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올해엔 브랜드화를 위해 블로그를 반으로 쪼개서 네이버에 분점을 만들고 테마에 맞는 주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남시언닷컴 블로그의 글 수는 꽤 줄었으며 방문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300개에는 네이버블로그, 카카오브런치, 페이스북에서 쓰는 글 등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다소 활발함이 떨어지더라도 특정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게 구독자 입장에서 더 편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이제부터는 글 수를 카운트하는 일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매체의 글을 하나씩 셀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지금은 남시언닷컴 블로그를 비롯해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브런치, 기타 여러가지의 매체를 함께 다뤄야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걸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도움을 줄 관리자분을 따로 두어야만했습니다.

3,300개의 글을 썼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지금까지의 활동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안동에서 제일 잘 나가는 IT학과 대학교수님은 블로그라는 단어조차 몰랐죠.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 눈엔 제가 돌연변이 같았을겁니다. 낙후된 인터넷 환경을 가진 지역에서 초가삼간 집을 짓는 심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저를 알아봐준 '또 다른 돌연변이'분들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안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친놈이었고, 바로 지금. 느리지만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안동에도 큰 커뮤니티와 다양한 페이스북 페이지들, 온라인 매체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디자인이나 스타일은 무시하더라도, 제가 가진 특장점이자 궁극적인 아이덴티티는 블로그입니다. 제가 가장 선호하는 매체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까다롭고 어렵고 귀찮지만 무척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이제는 많은분들이 제 블로그를 따라하고 배우고 싶어합니다. 3은 삼각형처럼 예쁜 숫자입니다. 기분 좋은 일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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