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 스컬트라100 로드자전거 택배로 받아서 직접 조립한 썰
- 일기
- 2020. 10. 8.
살다 살다가 내가 직접 내 손으로 자전거를 조립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괜찮은 경험이었다. 일단 이전 블로그 글에서 자전거 구하는게 매우 어려웠고 사이즈 맞는건 더 구하기 어렵고 지역에선 더더 어려워서 택배로 자전거를 샀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급하게 사다보니까 조립된 자전거를 산게 아니고 조립이 덜 된 자전거를 사게 되었다. 천만다행이었던건 배송이 출발하기 전에 판매사에 전화를 걸어서 페달이 달려있냐고 물어보았다는것이다. 물어본 결과 없다고해서 추가금을 지불하고 평페달을 하나 추가해서 택배로 함께 받았다. 판매사에서는 친절하게 답변해주고 응대도 빠르고 좋았다. 원래 전화 걸었을 때 조립도 해주냐고 물어봤어야했는데 깜빡하고 못물어봤다가 택배 출발하고 다음날 생각나서... '에이 그래도 조립은 돼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받고 싶었지만, 마침 또 택배가 지연도착하게 되면서 화물택배사에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서 확인해야했고 저녁 아주 늦은 시간에 택배를 받게 되었는데 받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를 열었다가 조립이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택배가 이렇게 와서 열어보니
이렇게 들어있었다. 이 상태가 얼마나 조립되어있고 조립되어있지 않은지도 모른채 일단 모든 물품을 다 꺼냈다.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 판매사의 상세페이지를 보니까 조립 방법만 알면 이케아 가구 조립처럼 쉽다고 나와있고 사진으로 설명이 있었는데, 나는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라서 사진과 글을 읽어봐도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무작정 조립을 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 마음의 여유를 가져서인지 자전거에 애착이 가서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이거 모양 보니까 이렇게 하는거 아닐까?'싶어서 끼워놓고 육각렌치로 조이고 막 하니까 얼추 모양새가 나오는게 점점 조립이 되어가는게 아닌가? ㅋㅋㅋ 어릴 때 미니카도 조립하기 힘들어서 때려쳤던 나였는데 자전거를 조립하다니... 이 조립과정이 힘들고 어려웠던것도 있지만, 진짜 재미있었다 ㅋㅋ 의외로 자전거를 내 손으로 조립하는 과정에서 자전거의 부품이나 여기저기의 원리를 알게되는 것도 있었다. 조립하면서 자전거에 대해서 많이 알게되었다.
뒷바퀴와 체인은 처음부터 체결되어 있었고, 앞바퀴를 QR로 조립, 페달 조립, 안장 끼우기, 그리고 조금 헷갈렸던 드롭바 조립까지 끝마치니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처음에 드롭바를 조립하고나서 테스트 해본다고 올라탔다가 드롭바를 조이는 부분을 안조여놔서 드롭바가 확 내려가는 바람에 넘어질뻔했지만 넘어지진 않았고 다음에 어떤 부분에서 그런게 작동하는지 찾아내서 바로 조여주고 단단하게 고정시켜주었다. 뒷체인쪽은 만지지 않아서인지 자전거 조립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뭐 어떤거 보고 한것도 아니고 그냥 부품을 늘어놓고 이건 여기에 들어가는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막 이렇게 저렇게 해보니까 자동으로 되더라고.
어지간한 남자분들은 나보다 기계를 잘 만지고 이해할테니 내가 조립에 성공했다면, 다른분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고, 심지어 여성분이라고 하더라도 로드자전거는 가볍기 때문에 혼자서도 조립이 가능할 정도라고 생각이 된다.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접 조립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게 아무래도 낫겠다. 직접 조립하는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딘가에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직접 조립하면서 처음이라서 그런지 1시간 정도 걸린것 같은 느낌인데 더 걸렸을 수도 있다. 야밤에 조용하게 앉아서 뚝딱뚝딱 조립하니까 뭔가 재미도 있고 장난감 만지는 느낌도 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날 바로 테스트 라이딩을 30분 다녀왔고 안장 높이와 드롭바 높이 조절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바로 다시 조절했다. 아마 완성차를 샀으면, 이런거 하나 조절하는 방법도 몰라서 다음날 매장에 가거나 해야했을텐데 이제 간단한거는 내 손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다보니 참 재미있다. 자기 손으로 커스텀해가면서 자전거를 탄다는게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