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떠 있는 연꽃 같은 마을, 비오는날의 예천 금당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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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금당실마을에 비오는 날 방문해서 다녀왔습니다. 예천 금당실마을은 십승지라는 별명이 있는데요. 이러한 명성이 허투루 지어진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방문할 때마다 드는 마을입니다. 비 오는 날의 금당실마을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고요함과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든 특별한 기운 같은걸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금당실마을은 물에 떠 있는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데 정말 마을 지형을 전체로 살펴보면 연꽃 모양처럼 생겼거든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지형인데 산들이 연꽃잎처럼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을 이름 유래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연꽃을 닮은 지형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마을 앞 금곡천에서 사금이 나와서 금당실이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다고해요. 어쩌면 예천 금당실마을은 비오는 날 구경하는게 제 맛이지 않을까요?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같은 마을을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함께 즐겨보았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예천군 금당실 주차장에 주차 후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원래는 용문면사무소쪽 주차공간을 평소에 자주 이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예천군 금당실주차장을 이용해봤어요. 이 곳은 마을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접근성이 좀 더 좋은 편입니다.

 

주차장 바로앞에 금당실마을 공중화장실 시설이 있습니다.

 

용문 공소쪽에는 드라마 촬영중이라는 안내판이 있었어요. 어떤 드라마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유명한 드라마로 방영되면 예천 금당실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다 많은분들이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을 입구쪽에서 금당실마을 이야기 팻말을 통해 대략적인 마을의 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을의 모양새가 용이 자리에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마을 전체가 무언가에 보호받고 있는 것 같은 안정감이 있습니다. 또한, 십승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십승지는 기근, 역병, 전쟁 같은 삼재가 미치지 않는 안전한 피난처를 말하는데, 조선시대부터 이곳이 그런 특별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 남사고가 경치가 좋고 지형이 뛰어난 10곳을 선정해서 십승지라고 불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금당실마을입니다. 삼재불입지지라고 해서 전쟁이나 재해가 없는 평화로운 땅이라는 뜻입니다. 

 

마을을 거닐면서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길로 돌아다니고 싶었고 비오는 날의 마을 풍경을 좀 더 천천히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당실 마을에는 복원된 초가들과 기와집들이 비에 젖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맑은 날에는 볼 수 없는 촉촉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을 전체에 퍼져 있었어요!

 

예천 금당실마을 일원에서 펼쳐지는 야행 프로그램인 금당야행이 2025년에도 열린다고 합니다.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2일간 열린다고 하니 미리 참고해서 여행 계획 세워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예천 금당실마을에는 마을 전체에 예쁜 꽃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능소화부터 접시꽃,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다양한 꽃들이 관람객을 반겨주고 있습니다. 마을 골목 사이, 고택 사이를 미로처럼 이어주는 돌담길을 걸으면서 비 오는 날만의 특별한 운치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기와지붕에서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소리, 돌담 위로 흘러내리는 빗물 소리가 매력적입니다.

 

비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무언가 좀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선조들이 살았던 그 시절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고택 처마 밑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정말 여유로웠습니다.

 

금당실마을에는 반송재 고택을 비롯해서 여러 문화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조선 숙종 때 도승지를 지낸 김빈을 추모하는 반송재 고택, 사괴당 고택, 추원재, 금곡서원 등이 있어서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 오는 날 이런 고택들을 둘러보니 더욱 운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민박도 할 수 있는 곳들이 있어서 선택지가 다양한 편이에요. 한옥민박도 정말 매력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초가집이나 기와집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장마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금당실마을은 동촌, 서촌, 남촌, 북촌 4개 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비슷하면서도 각각 다른 매력도 있습니다. 돌담길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길을 잃어도 나름 재미가 있고, 어쨌거나 마을 길들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이 골목길들을 걸으면서 정말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어요. 도시의 바쁜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여유로운 시간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나지막한 담장과 열려있는 대문들이 정겹고 소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198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특히 비 오는 날에는 더욱 옛날 정취가 물씬 풍겨서 좋았어요. 너무 현대화된 세상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감성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장마철의 궂은 날씨에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 시간들이었습니다. 

코로나 같은 역병, 경제적 어려움, 국제적 갈등 같은 전쟁... 현대에도 많은 어려움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곳에 와서 선조들의 지혜를 느끼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니 마음이 잠시동안이겠지만 평안해졌습니다. 마을 전체가 조용해서 빗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평화로움 속에서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니, 비 오는 날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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