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
- 칼럼 에세이
- 2025. 9. 21.
나는 예전부터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왔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되어졌다고 하는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나는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만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어렴풋하게 생각해왔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이건 나 스스로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강요받은 생각일 수도 있다. 학교나 책들에서는 무언가에 전문가가 되어야하는 것처럼 은연 중에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오래도록 사회생활 및 비즈니스 생활을 하면서 많은것들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생각에도 여러가지 변화들이 있었다. 전문가가 되어야한단 생각은 일부분은 맞지만 100% 맞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강하게 가졌지만 다른 분야들은 잘 모르는, 이른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여러가지 분야를 아울러 다룰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쪽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그것이 성향에 더 맞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되는쪽이 노력이나 에너지 투입 대비 가성비를 따질 때 좀 더 유리하다고 보여진다.
크게 두 가지의 인사이트가 있다.
첫번째는 평범하게 하는 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다는 것. 그래서 어떤 일이든 적당한 수준으로만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분야에서는 상위권에 속하거나 최소한 중상위권에는 속할 수 있다. 물론 완전 전문가거나 그 분야의 넘버원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넘버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혜택과 보상이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몇몇 특출난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르에서 전문가와 일반인 중에 조금 잘하는 사람의 차이는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과 일반 중에 조금 잘하는 사람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예를들어 운전을 생각해보자. 운전을 아예 못하는 사람과 운전을 초보 수준이더라도 할 수 있는 사람과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하지만 초보운전과 운전 경력 30년 무사고인 사람과의 차이는, 운전 못하는 사람과 초보운전과의 차이보다는 작을거라고 생각된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이게 얼마나 어렵냐면, 어지간한 사람들 대다수는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정도다. 무엇보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들,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지에 대해 솔직히 의문이다. 그러니까 투입되는 자원이나 노력 대비 전문가의 가성비는 썩 좋은 편이 아닌 것 같다.
두번째 인사이트는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고해도 그걸 필요로 하는 곳은 아주 제한적이고 운 나쁘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수요 측면에서 볼 때 초보자 수준의 수요는 엄청나게 많은 반면에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필요로하는 수요는 매우 적다.
예를들어 책을 쓴다고 해보자. 어떤 주제이든 관계없다. 그 책을 읽을 사람들 중에서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은 100명 중에 1명도 채 되지 않을테지만, 그 책을 읽을 예비 독자 그룹에서 해당 분야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그냥 이름 정도만 들어봤을 사람들은 100명 중에 최소한 90명은 넘을 것이다. 당연히 표본이 많은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는게 결과적으로 더 낫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전문가가 되라고 가르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특정 분야에 한정된 전문가보다는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현대시대에 더 낫다고 본다. 그리고 이게 오늘날에 더 어울리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평범한 수준이지만 어느정도 다 할 수 있는,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닌, 그런 포지션이 나는 좋다. 그리고 나는 이런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나는 노력에도 가성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똑같은 유튜브 영상을 만들더라도 어떤 사람은 10시간을 투입해서 정말로 멋지고 화려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그 정도의 노력을 투입했을 때의 보상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똑같은 주제의 내용을 다루는 유튜브 영상을 그냥 대충 2시간만에 만들어낸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만든 결과물은 허접하고 화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가성비를 챙기는 전략이야말로 인생을 알차게 만드는데 주효한 전략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블로그를 오래도록, 유튜브 채널을 느리지만 오래도록, 그러니까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처럼 할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들어가는 노력의 양이 전문가들이 투입하는 양보다 적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분야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거기에 합당한 보상이 뒤따라오지 않아서 몇 년 안에 그만두는걸 나는 수백번도 넘게 보았다. 이건 블로그나 유튜브, 인스타그램일수도 있고, 개인적인 자기개발 일수도 있고 운동 분야일수도 있고 그외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잡지 않는다. 진짜로 업계 프로가 된다는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며 인생을 다 바쳐도 될까말까한 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언가에 너무 많은 노력을 투입하면 다른쪽은 소흘해질 수 밖에는 없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사기꾼에게 현혹되어 사기를 당하는 이유도 나는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 전문가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고, 영상 제작도 진짜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보다는 한참 부족한게 사실이다. 다른 분야도 사실 다 비슷하다. 그런데 중요한건, 내가 고의적으로 그렇게 하고있다는점이다. 그러니까 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이것저것 조금씩 어느정도 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보다는 한참 부족한, 하지만 평범한 일반인들 중에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꽤 하는 정도의 포지션이 가장 낫다고 판단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게 가장 가성비가 좋다고 느끼고 있다.
내가 만든 콘텐츠나 결과물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허접하고 많이 부족할 수 있다. 진짜 전문가들과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된 결과물들도 이 세상에는 많으니까. 하지만 그 가성비를 따져보면 나는 내가 만든 결과물에 굉장히 만족하는 입장이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시대라는점 +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다룰 수 있어야 융합적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점 등을 고려할 때 가성비 좋은 제너럴리스트가 행복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