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날, 예천 병암정에서 찾은 고즈넉한 시간 여행
- 여행 정보/관광 여행지
- 2025. 10. 13.

이번에 예천 여행에서 찾아간 곳은 예천군 용문면에 있는 병암정입니다. 2025년 10월 초중순, 가을이 무르익어가던 어느 비 오는 날의 방문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병암정은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성현리 위치한 조선시대 정자입니다. 이름도 참 특별한데요. '병암'이라는 이름은 정자 뒤편의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이곳은 현재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어 있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공간이에요.

예천 병암정이 유명해진 계기는 2006년에 방영됐던 드라마 '황진이'를 통해서입니다. 여기 병암정에서 주인공 두 사람의 아름다운 데이트 장면과 황진이가 거문고를 타던 명장면이 나오면서 많은분들에게 알려진 곳인데요. 황진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 정자가 어딜까?'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마침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처음엔 '비가 와서 아쉽다'는 생각도 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오히려 비가 내리는 덕분에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었어요.
병암정으로 가는 길은 금곡천을 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가야하는 곳이죠. 비에 젖은 나뭇잎들이 더욱 선명한 색을 내뿜고 있었는데 구경해볼만했습니다. 아직 완전하게 단풍이 들진 않았었지만 초록과 노랑,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들을 조금이나마 감상할 수 있었어요.
병암정에 도착하면, 천연 암벽 위에 자리한 정자의 모습이 관람객을 압도합니다. 뒤편으로는 병암산의 나지막한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앞쪽으로는 연못이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앞에 있는 연못 공간은 '병암지'입니다. 주변으로는 소나무와 각종 수목들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방문했던 날은 2025년 10월 초중순이었는데 병암정 일부 공간에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암정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는데 무리는 없었어요.
병암정의 건축 양식도 살펴볼 만합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자연석 기단 위에 자연석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방식이라고 합니다. 19세기 후반의 건축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당시 사대부들의 건축 미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마루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순간이 참 좋았어요. 정자 사방이 트여 있어서 어느 곳에 앉든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비 오는 날이라 더욱 고요했고, 빗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참 힐링되는 순간이더라고요. 정자 내부에는 현판도 걸려 있는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필체와 먹빛이 인상적이었어요. 옛 선비들이 이곳에서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살았을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병암정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해서, 진정한 쉼을 경험해보기에 제격이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풍경으로 비가 내려서 물안개까지 살짝 피어오르니, 마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자 마루에 앉아 잠시 멍하니 풍경만 바라보며 보냈습니다. 스마트폰도 잠시 내려놓고, 그저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이 참 행복했네요.




맑은 날의 병암정도 아름답겠지만, 비 오는 날의 병암정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기와지붕, 빗방울이 떨어지는 처마 끝,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연못, 촉촉하게 젖은 흙냄새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병암정은 사계절 언제 가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가을을 가장 추천드립니다. 2025년 10월부터 11월 초까지가 단풍이 절정인 시기일 것 같은데, 병암정 주변이 나무들이 많아서 단풍이 아름다운 곳 같습니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예천 병암정, 여러분의 힐링 여행지 리스트에 꼭 추가해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