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초간정 방문기, 가을비 내리던 정자에서 찾은 진짜 힐링
- 여행 정보/관광 여행지
- 2025. 10. 16.

이번에 떠나볼 예천 여행지는 예천 초간정입니다. 2025년 10월 어느 가을날이었어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긴 팔 옷을 꺼내 입어야하는 날이었죠. 예천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가 창문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보며, 과연 오늘 여행이 제대로 될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비 오는 날 찾았던 초간정은 오히려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초간정.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초간정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하고 초간정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됩니다. 비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초간정 주차장에서부터 빗소리와 함께 들리는 계곡물 소리가 들렸습니다. 초간정 주차장에서 예천군 관광안내지도와 함께 초간정이 로케이션된 미스터선샤인 촬영지 표지판도 볼 수 있습니다.


초간정 주변에 있는 벼농사 구간이 있는데 노랗게 물들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10월의 초간정은 가을이 물들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니었지만, 곳곳에서 빨갛고 노란 잎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정자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주위 환경을 정원의 요소로 삼은 전통 원림이라는 점을 유의하면서 초간정을 둘러보면 더욱 재미있으실 것 같아요.




초간정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초간 권문해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심신의 수양을 위해 세운 정자입니다. 주차장에서 정자까지 이어진 길을 걷는 동안, 나무 데크 길 양옆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어서 볼거리입니다.


권문해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지은 사람인데 현대의 백과사전 같은 책을 400년 전에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 조용한 계곡 옆 정자에서, 선생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정리했을까를 상상해보면서 초간정으로 걸어가보았습니다. 아마도 지금처럼 빗소리가 들리는 날, 이 길을 걸으며 학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을까요?


초간정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류의 암반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처음 초간정을 보는 분들이 놀라는점이 바로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모습일 것 같습니다. 초간정은 정자에 올라가볼 수도 있는데요. 정자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제일 예쁩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아래로 계곡이 흐르고, 그 너머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에요.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꺾어지는 절묘한 지점에 자리한 초간정입니다.


초간정에서 내려와서 주변 소나무 숲을 걸어봅니다. 초간정 입구 반대편에 있는 흔들다리쪽이 또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어느덧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낙엽이 많이 떨어져있는 모습이었어요.
초간정 원림은 초간정을 중심으로 주변의 계곡, 암석, 소나무 숲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자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라고 생각하고 둘러보시면 됩니다. 초간정은 화려함보다는 자연 속에 조용히 자리한 소박한 정자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 소박함 속에 깊은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화려함 대신 고요함이, 번잡함 대신 평화로움이 있는 곳.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물하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