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기금화가 진행되면 일어날 일(지수추종ETF 장기투자자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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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에서 퇴직연금을 기금화 할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이게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어떤 투자자인지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데, 내 생각에 나처럼 연금계좌로 S&P500 지수추종 ETF에 20년 이상 장기투자하려고하는 지수추종 장기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원래 퇴직연금은 말 그대로, 퇴직 후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도록 일을 하는 시기에 자산을 축적하는게 목적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라고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가만히 놔두면 사람들이 퇴직연금을 잘 이용하지 않고 메리트가 약하니까 세액공제 당근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 제도를 이용해서 자산을 축적하고 안정된 노후를 기대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람들의 선택은 <노후준비>가 아니라 <세금환급>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퇴직연금제도는 노후준비를 목적으로 운용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후준비보다는 세액공제 혜택만을 위해 퇴직연금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퇴직연금에서 어떤 상품을 투자해서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수익률을 올릴까에 대한 장기 플랜보다는, 당장 세액공제만 받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관계없다는 마인드로 안전자산 100%, 그마저도 예금이나 채권 등에 투자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퇴직연금이 지금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당장 원금 손실은 안보고, 세액공제만 받고 싶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서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2%대로 실제로 예금과 비슷한 수익률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은 내가 봤을 땐 금융 교육이어야한다. 즉, 퇴직연금제도의 올바른 운용법을 알려주고 퇴직연금제도의 유용함이 세액공제가 아니라 실제로는 노후준비와 노후자금 마련에 있다는걸 계속해서 강조해서 알려주고, 콘텐츠로 만들어서 홍보하고, 그런 캠페인을 펼치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교육으로 좀 더 채워주는 형식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에서의 생각은 나와 다르다. 정부에서는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이야기하면서 기금화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즉, 퇴직연금제도를 국민연금처럼 만들겠다는 얘기인 듯 하다. 실제로 퇴직연금 기금화는 국민연금이 기초 모델이다.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할 때 초장기투자자들에게 불리한점

퇴직연금 기금화가 추진되면, 기존에 연금계좌나 IRP 등으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초장기투자, 나같은 사람들에겐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고, 실제론 그 가능성이 좀 높아보인다. 기금화를 하게되면 기본적으로 자산배분을 강제로 할 수 밖에 없고, 목표 수익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국민연금의 경우, 2028년까지 주식 비중을 55%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지금도 채권에 30%, 대체투자에 15% 정도를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자산 배분을 많이한다. 주식 100%를 가져가면서 초장기투자를 통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역설적이게도 수익률은 더 낮은데 위험도는 더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도 이미 IRP에서 안전자산 30%룰 때문에 S&P500 ETF에 100% 투자를 못하고 70%만 투자할 수 있고, 이걸 우회하기 위해서 TDF 같은 상품을 찾아내가지고 거기에 투자하면서 주식비중을 대략 90%까지 올리는 전략으로 투자해야하는 상황이다. 지수추종 ETF는 초장기투자를 하게되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0에 수렴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로 인해서 초장기투자자들조차 수익률을 약간 손해봐야한다.

기금형이 된 퇴직연금은 태생적으로 위험 조정 수익률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 무슨 얘기냐면, 다수의 가입자를 위한 평균적인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하므로 반드시 분산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연금에서 하는걸 가져와보면 

  • 글로벌 주식 40% + 국내 주식 15% + 채권 30% + 대체투자 15%. (기대수익률: 연 5~6%).

뭐 대충 이런식으로 목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주식비중은 약 55% 정도다. 지금 TDF 끼워서 억지로 90%~80% 정도의 주식비중을 맞춰 투자하는 초장기투자자+지수추종투자자들에겐 기금화가 강제되면 주식비중을 강제로 낮춰야하는 불리함이 발생한다.


수익률 예상

초기자금 1억원을 20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수익률 10%와 수익률 6% 차이를 비교해보자.(수익률 10%: S&P500 연평균 수익률 가정 / 수익률 6: 국민연금 목표수익률)

  • S&P500 지수추종 ETF: 672,750,000원
    기금형 투자: 320,710,000원

연평균 수익률이 4%만 하락해도 20년을 투자하게되면 장기 복리 효과 때문에 최종 자산이 절반 이상 날아간다.

수수료 및 비용 문제

장기투자자들에게는 수수료와 비용이 엄청나게 큰 요소다. 비용이 2%만 증가해도 최종수익률이 60%대로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존보글이 책에서 오래전부터 얘기해오던 방식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S&P500 ETF를 살 때, SPY 대신 VOO를 선택하는 이유도 수수료 때문이며, 수수료 차이는 초장기투자자들에겐 굉장히 중요하다.

퇴직연금을 기금화 하게되면 투자를 개인이 아니라 대리인이 하게된다. 여기에 대리인은 운용위원회 또는 위탁 운용사 등이 될 수 있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이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을 갉아먹게 된다.

현재 IRP 투자자는 ETF 보수로 대략 연 0.03%~0.15% 수준의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기금화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연금 사례를 보게되면,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위탁 운용 수수료로 11조 8,166억 원을 지급했다. 특히 대체투자 부문은 전체 수수료의 72.5%(약 8조 5천억 원)를 차지했는데 2023년 기준 대체투자 수익률은 5.7%이다. 2024년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은 -6.8%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탁 수수료는 전년 대비 증가한 1,667억 원이 지급되었다. 성과가 나빠도 수수료는 지급해야한다. 기금화가 도입되면 고비용 + 저효율 구조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이용, 관치금융 문제

초장기 지수추종 투자자가 S&P500을 선택하는 이유는 미국 시장의 우수한 기업 환경과 주주 환원 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공적 성격이 강한 기금형 퇴직연금은 정치적, 정책적 목적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고, 나는 이 부분을 굉장히 우려하는 중이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퇴직연금 기금화를 기업 성장 지원 및 국가 전략 산업 육성과 연계하고 있다. 이는 퇴직연금 기금이 수익률 극대화가 아닌, 국내 증시 부양이나 특정 산업 지원(예: 뉴딜 펀드,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원될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기금화가 의무화되거나 강력하게 유도될 경우, 개인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국내 주식이나 저수익 채권에 강제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하게 될 경우, 이게 개인 사유재산 침해 및 자유 침해에 대한 위헌 소지가 있으므로 위헌 판결이 날 것이니 이렇게까지 하진 않을거라는 예상을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많은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걸로 미루어볼 때, 퇴직연금쪽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편 글에서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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