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다. 기껏해봐야 수 십년, 길어봐야 백 수십년 짜리 시한부 인생말이다. 시(時 때 시), 한(限 한정할 한), 부(附 붙을 부).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꼭 불치병에 걸리거나 식물인간이 될만큼의 큰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사 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진 사람처럼 말이다. 조금만 귀찮으면 무언가를 미루기 일쑤다. '다음에 하면 되지'라는 생각 때문인데 사실 그 '다음'은 없을 수도 있다. 누군가와의 만남, 당장 떠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를 여행, 친구들과의 담소, 참여하는 스포츠, 술자리, 하고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 꿈, 독서, 산책, 명상 등 거의 모든 것들..
10년 전 오늘, 나는 오늘이 올 줄 몰랐다. 5년 전 오늘, 나는 오늘이 올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3년 전 오늘, 나는 오늘이 올 것이라고 감히 믿을 수 없었다. 1년 전 오늘, 나는 오늘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그 오늘이 지금이다. Featured photo credit: Neal via flickr cc
괴뢰인생 괴뢰인생이란게 있다면 어떨까? 하루, 이틀, 아니 일주일이나 한... 한달 정도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삶의 모든 걸 통제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될까? 아니, 그런데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주체성없이 시류에 이끌려 자기가 원하는 것도 모른채 누군가 혹은 사회가 시키는 것만 하면서 일반적 통념에 전혀 반대되지 않고 살고있지 않은가? 이미 괴뢰인생이자 식민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인생이 온전한 내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밀랍인형처럼 느껴질 때. 이때가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서야 할 때다.
다섯번째 편지 "저도 술을 참 좋아하죠. 술로 인해 아버지가 죽었는데 그 버릇을 못 고치고 이어지고 있어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가봐요." 똥돌이가 이야기했네. "저는 여기에서는 그저그런 한 명의 성인일 뿐이지만 예전에는 꿈과 포부가 많던 아이였습니다. 어릴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서기를 시작했습니다. 불우했던 청소년 시절 때문에 사회라는 높은 벽의 여러가지 것들을 미리 이해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빨리 철도 들었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죠. 홀로서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가서는 몇 가지를 성취했고 몇 가지를 잃었지요. 바라던 것들 중 일부는 진짜 이루어졌지만 일부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단 한번뿐인 인생을 즐기고자 노력했어요. 말처럼 쉽진 않았지만. 사람들은 제가 살아..
네번째 편지 이 곳에서 나는 단 한편의 시를 짓지 않고도 최고의 시인이 되었고, 한 폭의 그림도 그리지 않았지만 최고의 화가가 되었다네. 사방에 펼쳐진 이 위대한 자연을 어찌 시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세계 최고의 시인이나 화가가 오더라도 여기에서는 그저 취미로 즐기는 그런 사람들로 여겨진다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지나가는 세월에 몸을 맡긴 다음 그냥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시인과 화가가 될 수 있으니까. 지금껏 이토록 위대한 자연을 본 적도, 들은 적도, 누군가에게 말한 적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이 풍경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면 그 사람은 글짓기나 그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겠지. 동료여, 오늘은 이 곳에서 나와 함께 많은 교류를 하는 내 친구 한명을 소개할까하네. 나는 몇 해 전 ..
세번째 편지 자네는 왜 한동안 편지를 쓰지 않았느냐고 내게 물어볼 것 같구만. 내 자네니까 하는 얘기지만, 나도 매일 편지를 쓰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네. 귀찮다거나 졸려서라기보다는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나면 펜 조차 들 힘이 없어서 그대로 곯아떨어진다네. 그런날이 있지. 하지만 이번에는 신체적인 노곤함의 이유가 아니라 잠깐 여행을 다녀왔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이곳으로 온지가 꽤 되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도 여러명의 친구를 사귀었네. 그들 모두 사람이 착해. 그래서 좋아하지. 사람이 착하지 않다면 그 사람과 사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참 멀리 다녀왔지.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네. 무려 4년만에 다녀온 것이네. 4년전 그 친구들과 함께. 4년전 갔었던 그곳으로 떠났네. 그때나 ..
두번째 편지 간 밤에 별 일은 없었는가? 잠이라는건 정말 중요한 것이야. 자네와 나, 우리 모두 나중에는 영원한 안식을 얻고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면서 영원한 단잠에 빠져들 것이네. 영구적인 잠꾸러기가 되는 것이지. 아름다운 꿈을 꾸거나 악몽에 시달릴수도 있을테야. 나는 이따금씩 자네와 내가 살아가는 인생 전체가 하룻밤의 꿈이 아닐까 상상을 해보곤 한다네. 수십년짜리 꿈이지. 아주 생생하고 피부에 와닿는 그런 꿈. 이것은 경우에 따라서 고통스러운 꿈이 될수도, 놓치기 싫은 황홀한 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꿈이든 현실이든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맹점이라네. 따지고보면 우리는 인생에 대한 연금술사가 되는 것이야. 일생에서 잠으로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지만 또 ..
첫번째 편지 이곳의 날씨는 상당히 화창하다네. 아니, 화창하다못해 눈이 부실 정도지. 단어 그대로 낙원같은 곳이라네. 그토록 원하던 안락하고 공중정원처럼 아름다운 이 곳에서 평생의 반려자이자 동료, 친구인 자네를 향해 펜을 들어보네.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탓에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할지 망설여지기도 하고, 또 그러한 이야기를 할 생각만으로도 어디론가 날아가버릴듯한 설레이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다네. 친구여, 나는 주위가 온통 자연으로 둘러쌓인, 누가봐도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은 곳에 있네. 여기에는 아주 높은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 꼭대기에는 주인이 없는 흰색 저택 하나가 있다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저택이지만 그 누구하나 훼손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