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18) 프로페셔널의 조건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2. 6. 17.
충분히 읽고 곱씹고 검토하고 생각을 정리한 뒤에 설을 풀 수 있는것은 매력적이다.
피터 드러커를 맹신하는 경영자가 있는 기업에서는 그의 경영 방식을 고스란히 흡수해서 자신의 회사에 주입시켰다. 이 방식은 최근까지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피터 드러커 자신은 '경영 구루'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조직을 관리하고 인재를 확보하고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를 정립하면서 경영을 하는것이 그 방식이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끝까지 경영자가 관리를 하는 것. 모든것을 체계화시키고 수치화 시키고 데이터로 뽑아내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영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것을 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캐캐묵은 피터 드러커의 경영 방식은 최근들어 새롭게 돌출되는 과학적 증명들에게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언리더십>으로 대표되는 닐스 플레깅의 탈 경영방식이 대표적이다.
괴물 기업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피터 드러커의 경영방식만이 정답이 아님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책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자기계발 서적에 가깝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지식사회'가 예언되어 있다.
그만큼 선구안이 장점인 그였지만, 자신의 경영방식을 수정하기에는 나이가 많았다.
어쨋거나 이 책에서는 저자인 피터드러커의 선구안을 빌려, 독자인 우리의 눈에 맞춰볼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견해과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드러커의 여러 논문들의 핵심들을 엮은 것이다.
따라서 중복되고 중첩되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반복되어 등장하는 내용들은 주로 '지식사회의 도래' 그리고 '지식 근로자' 와 '기업과 개인이 지식 사회에서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것들이다.
덕분에 꽤나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경영이나 경제 그리고 역사 등에 대한 다양한 용어와 문맥은 초보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어쨋거나 이 책은 분위기상으로 보면 묵직한 느낌이다.
경영에 일가견이 있던 저자가 집필한 책인 만큼, 책 본문은 주로 경영과 기업, 개인에게 포커스가 있다.
한마디로 왜 지식근로자가 중요한것인지, 우리가 왜 지식 근로자가 되어야 하는지, 지식 근로자라면 어떻게 생활하고 하고, 어떻게 그것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왜 지식근로자를 우대해야 하고, 지식 사회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인재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첫번째 핵심은 '지식 근로자의 무기가 되는 지식은 이전까지의 그 어떤 재화와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 근로자의 무기. 한마디로 경쟁력.
이것은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그 어떤 재화나 무기보다 더욱 희소성이 있다.
예를들어, 농경시대에는 호미질이나 가축을 잘 모는 사람이 인재였다.
만일 그 사람에게 호미나 가축이 없는 환경이라면 그는 인재가 아니게 된다.
산업시대에는 기계에 대한 능숙함이나 이해도가 인재였다.
만약 그 사람에게 해당 기계가 없다면, 그는 인재에서 탈락한다.
지식 사회는 약간 다르다.
지식 사회에서 인재상이 되는것은 지식 그 자체. 한마디로 그 사람이 살아있는 한 그 지식은 사라지지 않고 더더욱 보강되는 쪽으로 보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 근로자는 어떤 환경이든 자신이 인재임을 증명할 수 있고, 어디에나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다닐 수 있고(무기는 머릿속에 있다.) 사라지거나 녹슬지 않는다.
위처럼 딱 2가지의 사실만 깨닫는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가 될 수 있을것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인사이트가 있다.
묵직한 책인만큼, 얻을 수 있는 견해도 묵직하다.
지식 근로자는 왜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의 핵심 메시지 중 두번째는 '근로자가 기업보다 더 오래 산다'다.
이 핵심은 우리에게 강력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일반적인 기업은 50년 이상 혹은 100년 가까이 유지되는 경우가 잘 없다.
그러나 개인은 평균수명 100세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때문에 1명의 개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번 이상 이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지 않는 지식 근로자는 미래를 더 이상 낙관할 수 없다.
지식 근로자로서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역시나 자기 관리다.
이것은 자기계발이기도 하며, 미국이 왜 자기계발서적의 천국인지를 얼핏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몇몇 사람들은 자기계발 서적을 천하게 여기기도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아직 한국에는 자기계발 서적이 엄청나게 늘어나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 서적이 등한시되고 있는 문화는 여러가지 상황을 따져봐도 옳지않다.
왜냐하면, 지식사회에서는 자기계발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미래담보 역할이기 때문이다.
교육, 습관, 시간관리, 정보 필터링, 인간관계 등. 자기계발 서적에 흔히 나올법한 내용들이 프로페셔널로서의 자기 관리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 이것은 피터드러커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기업 경영자들이 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자신의 직원들이 최대한의 능률을 발휘하길 원할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능률을 보여주는 직원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경우가 많다.
이것은 왜 그런가?
직원이 자기계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회사에 안주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경영자는 직원이 도대체 왜 능률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의아해한다는 점이다.
진짜 지식사회를 이해한 경영자는 결코 자기계발을 등한시해선 안될것이다. 오히려 직원들의 등을 떠밀어서라도 자기계발을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아니면, 스스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하거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무형의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정보 혁명이 일어난 이후 지식 근로자는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국가, 사회, 조직을 이끌어가는 모든 이들은 현재 지식근로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식 근로자를 위한 대비책을 목청껏 소리친다.
한마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식근로자를 거스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지식 근로 형태를 고수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식 근로란 단순히 사무직을 뜻하거나 넥타이 조이는 직업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좀 더 심오한,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의 지식 근로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로 지식 사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한 지식 사회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이 책 <프로페셔널의 조건>이 아직도 읽어볼만하다.
개인적으로 그의 경영방식에서는 몇가지 단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
2001년에 나온 이 책이 1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과 무척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1) 피터 드러커의 예언이 대부분 맞아 떨어지고 있다.
2) 오늘날의 사회 구조가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지식 근로' 사회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어쨋거나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물론 10년이라는 세월은 짧지 않고 많은것이 변한다.
따라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 나오는 모든 내용이 오늘날과 일치하진 않는다.
이미 지나가버려 낡은것들도 있고, 현재 진행형인것도 있으며, 아직 다가오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대한 내용들도 있다.
이 책이 독자를 프로페셔널로 만들어줄지 그렇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책 내용은 상당히 좋다.
아주 멋진 제목의 책이기 때문에, 자기가 경영에 좀 일가견있다고 자부하는 인간들은 무작정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제자들에게 강요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것이다. 무작정 권유하는것만큼 무서운것도 없다.
우리말로 좀 순화해서, 진짜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고,
자기계발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
낡아빠진 경영방식을 고수하는 경영자들이라면 이 책을 무조건 읽고, 그 자신이 먼저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 -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청림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