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여행] 봉화 승부역 : 조용함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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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여행] 봉화 승부역 : 조용함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곳


봉화 승부역을 안동여행에 넣어야 하는가, 아니면 따로 봉화로 구분해야 하는가.
기준이 없어 참으로 애매하다.
답답한 도시에서 쓸데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여름휴가를 제대로 가보질 못했으니,
안동에서 가깝지만 딱 괜찮은 봉화 승부역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일은 7월 31일 화요일.



기차여행으로 계획하였기 때문에 안동역에서 출발한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요즘은 괜시리 사람 많은곳이 싫어진다.
복잡하고 시끄럽고 귀찮고 지저분한 느낌이 있다.
예전같았으면, 해운대나 광안리로 달려갔겠지만, 근래에는 조용한 계곡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술집도 조용한 포장마차나 작은 술집이 좋다.
시끌벅적한 호프집은 왠지 거부감이 든다.



날씨가 무척 더운 날이었다.
일주일 이상 폭염이 지속되고 있었고, 기상청 발표 온도는 최고기온 36도였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였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40도를 웃돌았을것 같기만 하다.

사실 봉화 승부역은 내가 직접 가자고 제안한 곳이다.
1박2일, 그리고 여러 블로거들이 올려둔 정보를 접한 뒤 느낌이 꽂혔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부터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가 있지 않았고, 아주 아주 유명한 관광지까진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이 불타올랐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당일치기 기차 여행으로 봉화 승부역으로 출발했다.



봉화 승부역을 경유하는 무궁화호 기차는 하루에 딱 3번 뿐이다.

첫차가 8시 10분에 있는 기차인데, 사진에 보이는 무궁화호가 바로 그것이다.


승부역 기차여행은 아침일찍 출발할 수 밖에 없도록 반 강제되어 있는듯하다.

다행히 아침일찍 나서는 과정에서 여행 느낌은 물씬 난다.




우리 일행들은 저마다의 상상을 품고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기차 없는 기차길이 주는 일직선의 매력.

지붕을 받쳐주는 기둥의 역할을 하는 연두색과 주황색의 철근이 보이는가?

이것이 아주 오래전에 사용되었던, 기차길에 깔려있던 레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기둥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연하게 년도가 적혀있다. 

기차 레일 재활용인 셈이다.

나중에 직접 확인해보시길.




날씨가 무척 덥지만, 무척 좋다.

여행가기 딱 좋은 날씨.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마실것부터 찾아본다.

예전에는 리어카 같은것에 이것저것 넣어 다니며 팔았지만,

요즘은 그냥 기차 한칸을 아예 매점같은 형태로 배정해두고 있다.

(예전처럼 사이다와 삶은계란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


원래는 열차카페 형태로 되어 있지 않은가?

신기하게도 이때는 딸랑 자판기 한개만 있을 뿐이었다.



요즘 자판기에는 카드도 된다.

세상의 변화는 참으로 빠르다.

티머니도 된다.




기차는 저마다의 꿈을 싣고 끝없이 달려간다.




영주를 거쳐간다.

영주역도 참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봉화역도 거쳐간다.

참고로 봉화역과 봉화 승부역은 거리가 상당한 곳이며, 동일한곳이 아니다.




법전역도 스쳐간다.

법정스님이 생각나는 곳이다.




분천도 스쳐지나간다.

참 신기한 이름을 가진 역들이 많이 있다.




분천역에서 잠시 정차했을 때 위쪽을 살펴보니 절이 하나 있다.

아주 작은 절 같았는데, 상당히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쁘다.

저런곳엔 꼭 들러보고싶다.




안동역에서 무궁화호 기차로 약 2시간을 달리면 승부역에 도착할 수 있다.
안동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을 달리면 동대구나 강남에 갈 수도 있다.
승부역. 생각보다 꽤 먼 곳이다.



승부역 입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




관광객들의 사랑과 소망이 담긴 자물쇠가 대롱대롱 거린다.

상당히 오래된 자물쇠들이 많아보인다. 녹슬어버린 자물쇠들.

당시에 그 꿈을 자물쇠로 걸어두었던 그 사람은 지금쯤 그 꿈을 이루어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승부역 옆에는 화장실이 있다.

역의 크기처럼 아주 작은 화장실이며, 남녀 구분이 따로 없는 곳이다.

친절하게 여행객들을 맞아주시는 역장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게 역장님의 유일한 낙은 아닐까.

그러나 현대 도시인들은 항상 누군가에 치이고 누군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승부. 승부역.




알고봤더니 깊은 산골 승부역을 배경으로 하는 <사랑+열쇠 프로젝트>가 명칭인가보다.




기차로 봉화 승부역에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될 사항이 있다.

봉화 승부역에는 따로 승차권을 발매하지 않기 때문에,

출발하는 역에서 되돌아오는 표까지 함께 구매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혹은 승부역에서 열차에 탑승한 후 승무원에게 비용을 지불해도 좋을것이지만, 이왕이면 카드로 한방에 하는게 좋지 않겠는가?




승부역에서 띄우는 편지함.

누군가 보고싶은 이에게 엽서편지를 보낼 수 있다.

이런건 가을이나 겨울에 어울리는 아이템으로서 40도 가까이되는 여름엔 잠시 패스.




어쩜 이리도 길을 잘 만들었을까.




승부역에서 석포로, 분천으로 갈 수 있다.




승부역 바로 옆에 핸드카가 전시되어 있다.

유리같은 방어막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올라타 볼 수도 있는데, 올라타지 말아야 한다.

구경용이며, 체험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멋 모르고 올라탔다가는 역장님에게 욕 먹기 딱 좋다.




승부역 앞 표지만.

이것을 보고 잘 찾아가면 된다.

사실 길이 하나밖에 없는 One Way 이기 때문에 참고용도로 활용.

우리의 목적지는 비룡계곡이다.




이 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다.

눈으로 딱 봐도 다리밑에 맑은 물이 흐른다.

투명한것이 실물로보면 최고!




승부역은 사실 여름보다는 겨울 관광지로서의 컨셉이 더 강하다.

특히 눈꽃열차 덕분에 눈꽃마을로 유명한 곳.




올라가는 길목의 팔각정 앞에는 물레방아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물레방아를 굴리는 물은 수도관에서 나온다;;;




적당한 나무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이른 점심을 먹는다.
여름에는 음식이 빨리 상할 수 있으므로 때 되기전에 먹는게 상책.

아이코야.
말하지도 않고 자신이 직접 새벽같이 일어나서 도시락을 챙겨왔다.
여자는 위대하다.



실제 계획한 메뉴는 김밥.

안동역 바로옆에서 직접 공수한 녀석이다.

천국인지 나라인지에서 사왔는데, 다행히도 몇시간 정도는 상온에서 안전한 듯 했다.

먹고 탈나거나 그러진 않았다.

약 11시경에 식사를 했기 때문에, 3시간 정도는 버텨주는것 같다.




입이 많으니 음식도 금방 끝장.




"아따 배부르다"




가방 둘러메고 깊숙한 곳으로 올라간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을 찾아야 한다.

적당히 깊으면서도 적당히 넓고, 적당히 쉴 곳이 있는 오묘하면서도 좋은 곳.

그곳을 찾기위해 떠나본다.




찾자마자 가방 집어 던지고 물에 풍덩.

엄청 차갑다.

에어컨과 비교할게 아니다.

물에 들어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


"어어어어어어어어ㅓㅇ!!!"




"차가워!!!"




복수를 위해 태극권 3장 8극을 시전해줬다.


물이 너무나도 시원하고 좋았다.

정말 최고였다.

계곡물이라 그런지 바다물보다 훨씬 시원하고 깨끗하고 맑다.

사진에서 봐도 밑이 보일 정도인데, 실제론 거의 물 색 자체가 안보일 정도 맑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 자연을 위해 쓰레기는 절대 버려두고 오면 안되고, 직접 들고가서 직접 들고와야 한다.



너무 추워서 장시간 놀 수가 없었다.

1시간 정도 물놀이를 한 뒤, 추위를 벗어나고자 승부역으로 복귀.




흠뻑 젖었다.

옷을 갈아입고 그늘을 찾아 좀 쉬어줘야 할 타이밍.

되돌아가는 기차가 오려면 2시간정도가 남았기 때문에 한층 여유롭다.


여자들은 썬크림을 바르느라 항상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데,

나는 '까맣게 타서 돌아갈 거에요~~'를 연신 불러댔다.




뜨겁게 달아오른 기차 레일과 돌 위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다시 봐도 정말 절경이다.


그러나 기차길 위에서 사진 촬영은 되도록이면 피하는게 좋아보인다.

혹시나 기차가 달려오는 날에는 영화 '박하사탕'처럼 "나 돌아갈래~"된다.




색이 아주 진한 우편함.

실제로 편지가 오고 가는 듯하다.




수송의 동맥.

아마 예전엔 많은 화물들을 싣고 이리저리 운송하였던 운송의 요지 역할을 한 곳일터다.




잠시 시간이 나서 바로 옆에 있는 일명 출렁다리로 향해본다.

여자들은 수다 떨기에 바쁘다.




출렁다리의 정확한 명칭은 승부현수교.




출렁다리라고 해서 은근 긴장했는데, 별로 흔들거리지 않는다.




흔들리 마세요 위험해요!

흔들어도 안 흔들릴 정도로 튼튼한 다리였다;;

그래도 위험경고는 지키는게 올바른 사회인.




다리 아래로 낙동강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물소리가 아주 시원하다.




너무나도 멋진 모습.

하늘 맑고 물 맑고 산과 바람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곳.




이쯤에서 잠시 봉화 승부역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지금 앞에 보이는 낙동강 물은 상당히 맑은 편이다.

물고기도 살고있고, 어떤 이들은 여기에서 낚시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역장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최근에 꽤 오염이 되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수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여행을 끝마치고 '그것이 알고싶다'의 정신으로 수소문과 자료들을 좀 찾아봤다.

물이 오염된 원인은 상류쪽에 있었다.

상류쪽에 시멘트 공장이 있다.
이 근처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거기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공장에서 흘려보내는 폐류로 인하여 아름답고 맑던 승부역 앞 계곡물이 꽤 오염되어 버렸다.

왜 봉화군 혹은 경상북도는 이리도 멋진 절경 상류에 시멘트 공장을 허락한것일까?
여러가지 정치적, 사회적인 이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을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곳 절경을 직접 본 나로서는 정말 입이 벌어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만약 봉화군에서 승부역을 관광지로서 상품화 시켰다면, 시멘트 공장보다 수십배는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었을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30년 이상은 봉화군을 먹여살릴 곳이 되었을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만약 결정권자들의 생각이 조금만 깨어있고, 주변에 도움을 줄 젊은 인재 한 두명만 포함되어 있었더라면 좀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지금 당장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면, 5년 정도만에 다시 깨끗한 물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오염도가 심하지 않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수영하고 먹어도 모를만큼 맑고 깨끗한 수질이다.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안타까움처럼,

자연이 선물해준 절경을 제 스스로 활용하지 못하는것은 보는이로 하여금 한숨을 짓게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자연을 고의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그 댓가를 치르게 된다.

여기에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인 경제적인 손해가 있을것이다.

그 뒤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떤 댓가가 따를것이다.


나는 이토록 멋지고 조용하고 좋은 승부역이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란다.

내 아들, 손자, 손자의 아들, 그 이후 모든 후손들에게 이 멋진 자연과 풍경을 물려주고 싶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 모든것들 위에 군림해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봉화군 그리고 관련된 시도에 괜찮은 인물과 인재가 없거나, 있어도 그들을 등용하지 못했다는것을 증거한다. 

만약, 뛰어난 전략가가 있었다면 그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도 충분히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을것이다. 가령, 관광지로서 상품화시키는것은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면서도 경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출렁다리 견학을 끝마치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우리는 승부역 앞 작은 평상에 드러누워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평상에 대자로 뻗어 하늘을 보고있노라니, 천하를 얻은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 당장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이때만큼의 여유와 조용함은 만끽할 수 없을것이다!!

사람이 드물고 조용하며 평화로운 곳.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눈을 감고 세상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주변에 TV라든가 라디오같은게 없는 상태에서, 직접 들고간 휴대전화까지 없었다면 아마 우리들은 더욱 더 진솔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것이다.
맥주 한캔을 안 챙겨온게 너무나도 아쉬운 날이었다.

충분히 휴식하면서 여행한것은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정말 좋은 곳이다.
여행을 마치며 돌아가는 우리들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겨울에 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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