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위험
- 칼럼 에세이
- 201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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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특정 상황에서 공통된 반응을 보이는데, 이런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인간은 태초부터 몇가지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 공통분모 중 한가지가 바로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인간은 어떤 위험한 상황을 만나면 크게 3가지의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1. 도망간다
2. 정지한다
3. 맞서 싸운다
가령, 갑작스럽게 앞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누군가는 도망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모든 동작을 멈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맞서 싸우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런 선택적 방법은 두뇌속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본인 조차 어떤 경로를 거쳐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점검해보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현대화된 문명을 이끌어가고 있는 오늘날, 갑작스럽게 맹수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위험을 느끼는것은 또 다른 형태로 발전을 해나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직장에서의 위험이다.
직장에서 위험을 느끼는 경우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어느 직장이나 있을법한 직장 상사 혹은 고위급 임원과의 트러블이 그것이다.
예를들어, 어떤 직원이 사장에게 엄청나게 혼이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이 직원은 그 상황을 회피하기 위하여 둘러대거나, 혹은 잠자코 있으면서 묵묵히 듣거나, 혹은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어필하며 맞서 싸우는 전략을 선택한다.
문제는 이 다음으로 연결이 된다.
즉, 모든 상황의 종료된 다음의 선택에도 3가지의 방법으로 나눌 수 있게된다.
도망가는것은 회사를 그만두는것에 해당하고, 정지하는것은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는것이며, 맞서 싸우는것은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와 누구의 잘못인지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등을 철저하게 따지고 파고들어 어떻게해서든 이겨내려는 것이다. 혹은 자신의 정당성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인 자리에서 뒷담화를 하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인간은 좋은것보다 나쁜것과 위험한것에 좀 더 확실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그래야만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고 인생을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신체적이나 삶 영위에 관련된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는 세상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위험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위험이 사라지면 위험을 오히려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에 뒷담화의 대상이 되고 욕할 대상이면서도 두려움에 떨게하는 사람이 있다가, 갑자기 그 사람이 사라지면 어떻게될까? 그대로 평화가 찾아올 것 같지만, 사람들은 또 다른 욕할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어낸다. 즉, 10명 중 1명이 위험한 존재였다가 그 존재가 사라지면 9명이 되고, 사람들은 나머지 9명 중에서 또 위험한 존재를 만든다는것이다. 그러면 얼마 후 8명이 되고 또 위험한 존재를 만들고, 7명이 되고… 6명, 5명, 4명, 3명 … 결국 2명이 되면 서로가 서로를 위험한 존재로 만들게 되면서 최종적으로는 1명이 남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이 1명은 더 이상 위험한 존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도망가거나> <멈춰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자기 자신과 맞서 싸우게> 된다. 그리고는 결국엔 <아무도 없게> 된다.
진짜 무서운것은 위험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 내면속에 있는 <위험을 만들고자 하는 나쁜 심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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