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29) 신 2부 -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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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 <신> 2부.
2부에서는 주인공 미카엘 팽송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 1권에도 기승전결이 있고, 전체 소설에도 기승전결이 있다면, <신> 2부는 '승'쪽에 가깝다.



아에덴에는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진 높은 산이 있다. 그곳에는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가 있는것만은 확실하다. 그곳을 찾아가는 여행기가 <신> 2부에서 펼쳐진다.



<신>2부는 소프트커버판으로는 3권과 4권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2부에서는 주인공과 함께하는 핵심적인 캐릭터들이 대부분 도출되고, 핵심적인 내용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장편 소설인만큼 분량이 방대하긴 하다.

그리고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모습)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닌, 그러니까 그 외적인 주제와 관련된 내용들이 2부에서 특히나 자주 나온다.

<신>으로 예를들면, TV에서 지정된 사람 3명을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주인공의 삶에 큰 영향을 주거나 그러진 않는것 같다. 신이 되면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어떤식으로 해결을 해줄것인지, 아니면 지구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자신이 관리하는 18호 지구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을 암시하는듯한 내용으로 짐작해봄직하다.




만약 우리가 신이라면 어떨까?

우리가 종교 활동이나 기도, 소원을 빌 때 그 상대방이 되는 신이 된다면?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로는 이런 질문이 <신>이라는 소설의 탄생 배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우리가 신이라면, 내가 만약 신이라면 어떨까?'가 아니라, 신이 직접 자신을 찾아와서 '이제 너는 신이다. 어떻게 할래?'라는 식의 상상력이다. 한마디로 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인간은 무척 멍청하고 말을 잘 듣지도 않고, 쓸모없는 행동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신 또한 불만을 품는다는 것.

그리고 인간들은 언제나 신에게 불만을 품는다는 것. 여기에서 <신>은 출발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에서 목차가 되는 '무슨색 작업'은 연금술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색상과 이야기의 내용을 절묘히 조화시킨 뒤에 풀어나가고 있다.

예를들어, 적색 작업에는 메두사가 나오는데, 메두사가 살고 있는 땅의 색상이 붉은색인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것은 실제 색상값의 매치이고, 실제로 연금술에서 하는 적색 작업(3번째 연금작업)과도 연관성이 있다.


연금술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에 의하면 청색, 흑색, 적색, 주황색, 황색, 녹색, 흰색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는 그냥 시작-끝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연금술사가 아니기에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신>과 연금술과의 관계는 뗄 수 없다.


연금술은 어떤것들을 조합하고 정렬해서 새로운것을 창조하는 작업으로 알고있다.

소설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상상력, 생각, 글 등을 모두 조합하여 전혀 새로운 <신>이라는 소설을 창조하는것처럼 말이다.




불쌍한 시시포스.

자기계발 책을 비롯한 전 분야의 책에서 나쁜 예로 자주 언급되는 신 중 한명이다.

굴러 떨어지는 돌을 산 꼭대기까지 계속 올려야하는 무한 형벌의 주인공인 시시포스는 원래는 코린토스의 왕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에서는 좀처럼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착했던 신은 나쁘게, 나쁜 신은 착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불쌍한 신은 좀 더 편안하게 해준다든지, 별로 인기가 없는 신 같은 경우 자주 등장시켜주면서 분량을 확보해주는 식으로, 아예 신화를 요리를 해놓았다. 근데 그게 참 맛있는거다!


<신>2부까지 나오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5권'에는 신들과 관련된 내용들이 가득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알고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과 우리들이 흔히 알고있던 '지식'과는 약간 다른 부분도 없지않아 있는것 같다. 모든건 독자의 몫이다.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상상력'과 관련된 내용들이 대부분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맞춰져 있는것 같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 특히나 학교같은 교육기관에서 자주 느껴지는 현상이다.
마치 '상상력'이라는 특허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고 그저 작품들을 읽는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독자이지만, 이런 현상에는 이견이 있다.

상상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내것도, 당신의 것도 아니고 우리 모두, 그러니까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것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상상력은 누구나 발휘할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것은 단지 자신의 상상력을 꾸준한 노력과 탐구정신으로 연구하고, 그것의 결과를 글로 풀어내 책으로 출판한 것 뿐이다.
즉 '내가 만약 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텐가?'를 소설로 풀어내어 완성시킨 것 뿐이다. 그리고는 정말로 <신>이 되었다. 적어도 자신의 작품 안에서 그는 <신>이 되었으니까.

교육기관에서는 상상력을 활성화시키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운답시고 베르베르의 대표작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거나 짧은 기한내에 엄청나게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라고 닥달한다. 이를테면 일주일안에 상상력을 통해 탄생한 공해를 먹는 자동차의 그림을 그려내라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 따위로는 상상력은 커녕 상상할 시간도 없다.

상상력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
'당신이 만약 신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기록하고 정리한다면, 당신도 진짜 <신>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신> 2부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아닐까.

신 제2부 (양장) - 10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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