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여행
- 칼럼 에세이
- 201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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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왜 모든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것일까?
딱딱하게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먹을 것을 구매하고, 예매를 하고, 길을 조사하고, 가방을 싸고,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차를 세차하거나 준비하고, 다양한 물건들을 잔뜩 챙겨놓아야 한다. 여기에 소비되는 시간과 돈, 에너지와 정력은 꽤나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기꺼이 감수한다.
또 조금이라도 유명한 관광지에 갈 경우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을 확률이 높다. 걷는 것보다 느린 차들 때문에 한동안 진입조차 힘들 수도 있다.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튀어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인파 때문에 여행이 아니라 무슨 군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굳이 따지자면 여행은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하루 반나절 이상을 차 안에서 멍하니 보내야 할 때도 다반사이고, 갑작스런 일기의 변화 때문에 계획이 취소되거나 우회되는 경우도 많다. 또, 일반적인 나들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 평소에 죽기보다 싫은 직장에서 일하여 받은 보수를 여행으로 갈음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크지 않은가?
그리고 여행은 잃는 것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면 무언가가 자동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신기루다. 가령, 전교에서 1등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여행보다는 공부를 해야 목적을 이루는게 빠르다. 그런데도 언론매체나 일반적인 담론에서는 여행이야 말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배우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 떠들어댄다.
요즘에는 다양한 IT기기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여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의 발달 덕분에 여행을 통한 추억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요즘 사람들은 여행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단지 사진촬영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남는 것은 사진이다.”는 일부 맞는 말이지만, 요즘은 여행보다 사진이 더 많이 남게되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즉, 사진이라는 기술이 당신의 기억과 여행의 즐거움을 모조리 뺏어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구글 어스 등을 활용하여 해당 지역을 2초만에 방문해서 마음껏 구경해 볼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왜 굳이 여행의 즐거움을 사진에 뺏기고 있는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필요하다.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 좋은 사람들과 장시간의 대화, 맛있는 음식, 색다른 풍경, 전혀 다른 사람들, 소비를 통한 쾌락, 준비를 하고 상상을 하며 느껴지는 설레임, 아주 조금이지만 여행을 통한 경험, 조금의 사진 때문에라도 여행은 필요하다.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것은 여행 자체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어떤 여행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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