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 리얼리티 군대의 부조리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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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서받지 못한자 - 리얼리티 군대의 부조리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에 다녀오면 철든다는 말이 있다. 어디가 출처인지 모르는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을 군대로 몰아넣는데 한 몫을 하고있다. 군대는 여전히 휴전 중인 대한민국에서 국가수호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만 강제 징집된 폭발할 듯한 젊음을 가진 남자들은 표출하지 못한 뜨거운 가슴을 군대내에서 풀기도 한다. 군대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인간형을 만날 수 있다. 이상한 사람,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등 별의별 사람이 모두 모인 곳. 그곳이 바로 군대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초점화된 지도라 할 수 있다.



군대의 위계질서는 작전을 실행하고 진두지휘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일종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하고, 실력이나 능력에 관계없는 '짬'에 의해 그 질서가 정해진다. 고참과 후임의 관계가 입대할 때부터 시작되고, 누구나 겪을 이런 질서에 적응하며 버텨내야하는 곳이다. 성인이 된 후 겪는 '첫번째 질서적 시련'은 젊은이들을 고통스럽게한다. 정들었던 부모님과 친구들을 볼 수 없으며, 개개인의 인권과 생각보다는 전체의 문화가 중요시되는, 일종의 '전체주의'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세계. 군대는 참 부조리한 곳이다.

이번 영화 <용서받지 못한자>는 드라마보다 영화라는 장르가 더욱 잘 어울리는 배우 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군대 영화이다. 말년 병장 태정(하정우 역)과 중학교 동창이자 신병으로 들어온 승영(서장원 역)의 만남에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군대맨, 군생활을 '제대로'할 줄 아는 태정은 상관의 군화를 닦아주는 것은 물론이요, 내리갈굼이나 구타같은 군대 특유의 문화에 잘 적응하여 큰 문제없이 곧 전역을 앞두고 있는 인물. 그에비해 이등병 승영은 고참이 후임의 속옷을 뺏어 입는 것같은 위계질서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이런저런 문제들이 일어나는데, 군대 문화 특성상 승영이 직접 갈굼을 당하기 보다는 그의 고참인 태정이 갈굼을 당해 곤란해지기도 하며, 그 분노를 자신의 후임인 상병 대석(한성천 역)에게 풀기도 한다.

군대에서는 일명 '카바를 쳐준다'는 말로 통하는게 있는데, 고참 입장에서 후임을 보호해주고 감싸주는 행위 따위가 그것이다. 나름 고참인 태정은 승영을 많이 '카바'쳐준다. 군대의 부조리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승영은 자신이 나중에 고참이되면 그런 문화들을 깡그리 바꿀 것이라며 호언장담하는데, 태정은 그런 승영을 보고 걱정어린투로 조언을 해준다. 군대란 쉽게 바뀌는 곳이 아니라고.

시간이 흘러 태정은 전역을 했고 승영에겐 더 이상 카바쳐줄 고참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대내에서 많은 갈굼과 왕따를 당하며 시간을 보내는 승영 역시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리고 좀 더 편한 군대생활을 위해 군대에 적응해나간다. 고참에게 A급 전투화를 선물하고 전투복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것은 승영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크게 변화했음을 암시한다. 즉, 승영 역시 부조리한 군대에 적응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승영의 후임인 어리버리한 캐릭터 부산사나이 지훈(윤종빈 역)이다. 승영은 후임일 때부터 지훈에게 잘해주고 나름대로 '카바'를 쳐주기도 하는데, 그런 지훈에게 승영은 의지할 존재이자 부모같은 존재이며, 자신을 이해해줄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지훈은 더욱 어리버리해지고, 승영이 어느정도 군대 문화에 적응했을 때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는데, 상심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는 지훈에게 사건이 터진다.

태정와 승영의 관계, 그리고 나중에 일어나는 승영과 지훈의 관계는 매우 닮아있다. 둘 모두 고참 후임 관계이며 특별한 관계를 맺고있다. 하지만 태정은 문제없이 전역했고, 승영은 영화의 제목처럼 '용서받지 못'했다.

군대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인만큼 군대를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부조리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장면장면마다 이해할 수 없는, 하지만 군대를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마치 당연한 사실같은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겐 공감대를, 누군가에겐 고개를 가로저을 먼 나라의 픽션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대는 그런 곳이다. 최근의 군대는 많이 좋아지고 여러가지 혁신을 통해 좀 더 생활하기 편리해진 것으로 알고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경계를 가진 그 곳에는 수많은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과연 누가 용서받은 자이며 용서받지 못한 자인가? 변화를 시도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인가? 아니면 군대문화에 잘 적응하여 그것을 버텨낸 사람인가?

하정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다. 술취한 연기, 군대 병장의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 또한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지훈(윤종빈)의 캐릭터 설정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리얼리티와 부조리를 동시에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과거이자 현실이고,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군대에서 우리들이 정면으로 마주할 거대한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부조리는 군대나 사회나 어디에나 있다. 아니, 위계질서는 사회생활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다른점이 있다면 사회에서는 그것을 스스로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군대에서는 오로지 2년 가량을 버텨야한다는 것 뿐.

군대와 사회는 아주 닮아있다. 심지어 그 부조리까지 닮아있다. 아마도 군대의 위계질서가 사람들을 관리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군대의 명령과 복종 시스템을 그대로 사회에 이식한 결과다. 결국, 예비역들이 평생을 술안주로 이야기하는 '군대 있을 때가 좋았을지도....'는 괜한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한국 남자들은 군대라는 아주 무서운 곳을 헤치고 나온 용사이자 부조리 가득한 문화를 버텨낸 영웅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의 남자들은 연약하고 순수한 존재이며, 불타는 젊음이 군대라는 틀에 묶여 슬픈 존재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 윤종빈 (2005 / 한국)
출연 하정우,서장원,윤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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