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비활성화 없어서 탈퇴
- 일기
- 2014. 7. 31.
며칠 전, 혼자 차를 타고 마트를 다녀오는 길에 갑자기 답답하고 외로움이 느껴지면서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리곤 집에 돌아오자마자 충동적으로 카카오톡을 탈퇴해버렸다. 페이스북은 비활성화 시스템이 있는데, 카카오톡은 비활성화가 없길래 탈퇴.
카톡 탈퇴한지 5일이 지났다. 여전히 별로 하고싶은 마음도 들지않고 오히려 잘 탈퇴한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진작 탈퇴할껄 싶기도하다. 1년 동안 생판 얼굴 한 번 못보면서 메신저에선 시도때도없이 수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에 대해 염증이 느껴졌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진짜>로 되돌아가야겠다 싶더라. 그동안 카카오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밥먹을래?', '술먹을래?', '운동할래?', '여행갈래?' 등 아날로그적 만남을 요청해보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들 때문에 물어보는 사람이 더 지치는 상황을 목격하곤 진저리를 쳤다. 카카오톡에선 밤새도록 그렇게 떠들면서 잠깐 만나서 커피 한잔 할 여유도 없다니... 웃기는 세상이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수십개, 개인 대화방 수십개. 또 내 아이폰엔 1000개에 달하는 연락처가 메모리되어있다. 카톡만해도 600명 가까운 인물이 있는데, 필요할 때 막상 진지하게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걸 느낄때마다 심한 외로움에 몸서리쳐야했다. 수백명의 연락처 속에서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곤 다음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원상복구 되어 'ㅋㅋㅋ'따위의 메시지나 날려대면서 시간을 보내고, 또 반복되기 일쑤.
카카오톡 탈퇴 후 다음날이 되자 몇 친구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무슨 일 있느냐?" "죽었냐?" "뭐하냐?" "미쳤냐?" "감옥 갔냐?"등… 근황을 물어본다. 솔직히 얘기해서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물어보는 듯하다. 정말 궁금했으면 전화를 하면되고, 전화도 안되면 이메일을 보내보거나 우리집에 찾아오면 될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아날로그 형태로 흔적을 남길 수도 있을터다. 블로그에 방명록도 있고. 네이버에 내 이름만쳐도 내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는데, 그것조차 귀찮아하면서 페이스북 메시지 따위나 보내다니... 그들은 단지 심심풀이용으로 누군가의 근황이 궁금했거나 오로지 카톡 단체 대화방에서 시간때울 사람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스마트폰과 SNS 등 모든게 너무 복잡하고 '가짜'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발전을 이용할 때 마다 나는 오히려 더 불행해졌다. 남들의 일상을 볼 때 마다 나는 더 우울해져야했고, 원하지는 않았지만 메신저에서 흔히 날아오던 친구들의 식사메뉴나 일상 따위를 보면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 죽어있는 것 같았다.
카톡을 탈퇴하고나서부턴 연락 오는 횟수도 사실 별로 없어서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잠금해제하는 낭비가 엄청나게 줄었다. 쓸데없이 휴대전화에 목메지 않아도 되니 훨씬 홀가분하다. 가끔씩은 휴대전화를 챙기지 않고 밖으로 나가기도하고, 아이폰 배터리가 이렇게 오래가는건지도 처음 알았다.
이후 여기저기 혼자 싸돌아다니면서 자연경관도 구경하고 산책로도 따라 걸으면서 수필가든 에세이스트든 창작가든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동안 스마트폰과 카카오톡같은 메신저, SNS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는지 체감하고있다. 지금의 나는 전혀 급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뭔가를 깜빡깜빡하는 일이 줄어들고있다.
집과 고향을 벗어나 다른 곳에 와 있다. 다행스럽게 이 곳 음식은 맛있는 편이다. 혼자 술을 마시며 밤을 보내는 일이 잦다. 처음에는 도시의 소음이 사라지자 공허함이 밀려왔다. 뭔가 불안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급해지는걸 느꼈다. 말하자면, 더욱 외로운 것 같고 고립된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그런 느낌들이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오히려 1분 1초가 꽉 차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젊은 놈이 혼자 밥 먹으면서 술을 먹고 있자니 어제는 주인 아주머니가 '학생, 여행하면서 왜 혼자 술먹냐'고 하시더라. '공허해지기 싫어 혼자 먹는다'했다. 술이란 본디 공허해지기 싫어 먹는게 아니던가. 수 많은 인파,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것들 중 대부분은 <가짜>였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것들을 버려나가면서, 붙잡고 있던 끈들을 놓음으로써 비로소 공허함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불현듯 손 편지가 쓰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주소를 알고 있는 집이 단 한 곳도 없다. 어디 사는지조차 모르면서 알고지내는 관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