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88) : 깊은 인생 - 구본형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4. 9. 19.
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88) : 깊은 인생 - 구본형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극심한 외로움과 고독에 시달렸다. 내 정신은 피폐했고 홀로 동떨어져 살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정년보장된 대한민국 월급 상위 TOP100 수준의 대기업에 사표를 쓰고, 꿈을 찾아 떠나는 내게 동조해줄 사람은 없었다. 친구도, 친척도, 부모님도, 지인들도, 안면있는 사람 모두.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내 꿈을 찾기 위해서,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를 얻고자,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라 보람찬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처럼이 아닌 나만의 길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했고 포부를 밝히며 떠들어댔지만 공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게 나는 사회부적응자였고, 꼴통이자 히피였고, 히키코모리였으며, 미친놈이었다.
죽음을 생각해 볼 때, 즉 '나는 왜 살아야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결심했다. 니체처럼 10년을 지루하게 사느니 차라리 1년을 살겠다고. 그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밥벌이 때문에 하고싶은 일을 못하고 죽어나가느니 굶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 수백개, 카카오톡 대화방 수십개가 있지만 내 꿈을 이야기하고 개인적인 철학과 신념에 대해 대화를 나눌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지루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들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런 시간들이 조금씩 지나면서 단단했던 내 신념과 철학은 조금씩 무뎌졌다. '이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에서부터 '왜 나는 이토록 힘든 여정을 택했을까?'같은 근본적인 문제까지 물음표는 머리를 떠나지않았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구본형의 <깊은 인생>. 글쓰기 책이나 자기계발 서적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책인데,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책을 보게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우연하게, 아니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이 책을 구매했고, 읽게되었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으며 빠르게 읽혔다. 글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문장 마다마다 내 생각과 너무나 같은 저자의 세계관에 감탄하고 공감했고 웃다가 울었다.
책은 삶의 극적인 전환점을 경험한 7명의 인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평범한 사람도 자신의 잠재력을 자신감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비범한 삶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간디, 마사 그레이엄, 윈스턴 처칠, 조지프 캠벨 등의 인물을 집중 조명한다. 거기에 덧대어 피카소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 이를 뒷받침하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사례들, 저자의 경험과 체험이라는 세가지 플롯으로 구성된 글은 '현재의 변화를 통해 평범한 삶이 비범한 삶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내러티브를 일관성 있게 끌고 간다. 위대한 인물들이 겪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독자에게도 존재하며, 이를 발견할 때 비범하고 깊은 인생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우리가 위대한 인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위대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어떤 터닝포인트(책에서는 이것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표현)를 만나고, 그 포인트에서 미리 준비된 개념과 생각, 세계관과 실력으로 결국 그들이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스토리.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스피노자의 미래관을 볼 수 있는데, 저자 역시 글에서 스피노자를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스피노자의 미래관은 단순한데, 모든게 필연적으로 신에 의해 결정되어 있으므로 과거와 미래 역시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다. 스피노자 사상에서 현재 자체는 큰 가치를 지니지않는다. 한마디로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그렇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현재에 충실하고 자유적으로,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끝까지 밀고나가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직관적으로 끌리는 일은 미래에 정해진 그 일을 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깊은 인생>은 3개의 큰 틀과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깨우침, 견딤, 넘어섬. 이 주제로 저자는 책 한권에서 깊은 인생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세계관과 나의 세계관이 너무나도 닮아서 깜짝 놀라는 한편 내가 전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않다. 고독하지 않다. 아니, 외롭고 고독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버틸 정신적 치료제를 얻었기에 견딜 수 있다. 나는 점점 더 깊은 인생으로 간다. 내 인생은 깊어지고 깊어진만큼 더욱 진한 매력을 갖게된다. 내게 이 책은 2014년에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는 오늘 인터넷 서점에서 구본형을 검색한다음 그의 책을 한 권도 빠짐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깊은 인생 - 구본형 지음/휴머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