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자전거박물관 - 추억과 즐거운 웃음소리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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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10. 15.
상주 자전거박물관 - 추억과 즐거운 웃음소리의 공간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도대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거실에 걸린 작은 크기의 거울 앞에서 소년은 생각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그 소년은 여태껏 네발 자전거 외에는 타 본적이 없는 겁쟁이에다 몸치였다. 평생 타지 못할 것이라는 패배감과 외로움. 소년은 두 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꼈다. 나는 이 소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그 소년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웠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버지는 여러 가지 요령을 가르쳐주고 뒤에서 잡아주기도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나는 도무지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올라타기만 하면 옆으로 '휙'쓰러지기 일쑤였고 한 쪽 다리는 땅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손잡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중심을 잡아봐도 속도가 없으니 곧 넘어졌다. 나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아버지는 결국 나를 혼자 연습하게 두었고, 나는 홀로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여러 번의 넘어짐과 상처를 딛고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자전거는 한 번 배워두면 평생 탈 수 있는 희귀한 체험이다. 자동차 운전도 몇 달 하지 않으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반면 자전거는 그렇지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벽히 몸에 익혔기 때문이리라. 자전거를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이라면 머리가 아니라 몸이 자전거 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 중에는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겨 탈 수 있다.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넘어지지 않고 탔을 때! 누구나 온 몸이 찌릿해지는 전율을 느낄 것이다. 자전거는 이렇듯 추억과 도전, 위기, 아픔과 기쁨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우리 내 삶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자전거. 경상북도 상주에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자전거 박물관인 '상주 자전거 박물관'이 있다. 상주는 낙동강을 끼고 형성된 드넓은 평야와 야트막한 구릉이 발달한 풍요로운 지역이다. 1925년 상주역 개설 기념으로 개최된 조선팔도 전국 자전거 대회. 일본이 조선 사람에게 자신들의 우월성을 보여주려 기획한 대회였는데, 당대 조선 최고의 사이클 선수인 엄복동 선수가 우승하는 일대사건이 발생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영향으로 상주에서는 자전거 타기 붐이 조성되었고, 오늘날 자전거의 도시가 되었다고.
상주의 자전거 보유 대수는 85,000여대로 한 가구당 2대 꼴, 교통분담률 21%를 자랑한다. 자전거의 도시란 타이틀에 걸맞게 2002년 자전거박물관이 개관하였으며 2010년 확장하여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관심이 높은 요즘, 무공해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돕고자 생겨난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된 이 박물관엔 자전거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1층 기획전시실에선 "두 바퀴로 살아온 인생" 기획전과 자전거 수리업계의 대표적 인물을 소개한다. 4D 상영관에선 과학 장르인 애니메이션을 상시 상영한다. 30분 단위로 상영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이지만 현장에서 예매하는 시스템이다. 상영 전 안내데스크에서 관람권을 교부받아야한다. 영상에 맞추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옛날 자전거 수리 장부도 전시되어있다. 이를 보고 있으니 어릴 적 자전거 타이어에 공짜로 바람을 넣어주던 동네 아저씨가 떠올랐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 힘찬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삶과 문화, 그리고 소박한 자전거와의 생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상주 자전거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2층 상설전시관엔 자전거 찾기, 자전거 체험관, 도로체험자전거 등 디지털과 자전거의 콜라보 콘텐츠가 가득하다. 옛날 자전거와 현대 자전거, 레저형 자전거 등이 잔뜩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엔 자전거 이야기를 그대로 펼쳐놓았다. 오늘날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고, 패션브랜드 빈폴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자전거도 많아 오감이 즐겁다. 자전거의 구조, 자전거를 타는 자세, 자전거 사이즈와 안장 높이, 자전거의 특장점, 디지털이 혼합된 상주 자전거 도로체험 등 체험거리가 많다. 더불어 근처 풍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좋은 포토존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건 야외에서 이용 가능한 자전거타기 체험이다. 자전거 대여소에서 체험자전거 대여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제출하면 자전거 열쇠는 주는데, 이때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다. 1인 1대 기준으로 대여할 수 있으며 체험시간은 최대 1시간이다. 자전거의 수량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다음 사람을 위해 체험시간을 준수하는 선진시민의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2인승 자전거 14대, 3인승 3대, 폴딩 자전거 3대, 드보아 3대, 어린이용 자전거 40대가 준비되어 있다. 추가로, 누어서 탈 수 있는 리컴번트 자전거도 몇 대 있는데 성인용은 없고 어린이용만 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자전거다. 어린이용 자전거는 별도의 신청서 없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니 참고.
자전거 대여소는 지하 1층에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데, 실제론 오후 4시 30분경에 신청이 마감되므로 가급적이면 서둘러야한다. 오후 5시가 되면 모든 자전거타기 체험이 마감된다. 또한 우천 시에는 자전거타기 체험을 할 수 없다. 성인 1인용 자전거가 구비되어있지 않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일행과 함께 자전거를 타야한다. 처음에는 살짝 불편하다 싶었는데 막상 2인승 자전거를 타보니 서로 호흡도 맞추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사랑싸움을 한 연인들에게 특효약일지도). 박물관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박물관 앞마당을 빙빙 돌아다니는 코스지만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는 아주 신났다.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간 느낌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동영상을 촬영해보니 참 잘 나온다. 셀카봉이 있다면 꼭 챙겨가자.
상주 자전거 박물관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자전거라는 점에서 강력 추천 여행 장소다. 특히 연인이나 친구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다.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기에도 알맞다. 헬멧 등 안전장비가 모두 구비되어 있다.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일이며, 상주를 여행할 때 잠시 짬을 내서 둘러봐도 안성맞춤! 상주박물관, 경천대, 국제승마장,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상주보, 도남서원 등을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이번 주말엔 자전거의 도시 상주에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시원한 바람과 속도감을 느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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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라인 문화포커스 2015년 후반기호 기고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