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초간정 원림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예천 초간정 원림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옛 선조들, 특히 당대의 뛰어난 지식인들은 자연으로 되돌아가고싶은 욕망을 건축으로 표현했다. 퇴계 이황 선생은 벼슬자리를 마다하고 서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자했으며 농암 이현보 선생은 농암종택과 '어부사'를 통해 자연을 읖조렸다.

예천 초간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저술한 초간 권문해 선생이 정조15년(1582년)에 지은 정자다. 이후 몇 번 불타기를 반복하다 1870년 후손들이 새로 고쳐 지은 것이 지금껏 전해진다. 고고한 선비정신을 보여주는 초간정은 겅북문화재자료 143호로 지정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옛 것이 잘 보존된 경북 예천군의 용문면 원류 마을 보건소 앞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장이 넓어 대형버스가 들어가기에도 좋고 주변이 고즈넉하여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데 이만한 곳이 또 없다.


초간정은 작은 계곡의 절벽 위에 지어져있다. 암반 돌로 기단을 쌓은점이 독특하다. 정자 아래로는 맑은 물이 고요하게 흐른다. 제법 쌀쌀한 가을에 방문했는데도 손으로 고기를 잡는 사람이 있을만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주변의 나무들과 초간정을 둘러치는 물길이 이 작은 정자를 감싸는 모양새다.


초간정 옆 물길은 강우량 부족인지 타 넘어볼만큼 낮지만 찌는 듯한 여름에는 무척 시원한 곳이리라. 한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여기 잔디처럼 생긴 곳곳에 물이 있는 경우다. 잘못 밟았다가는 신발이고 양말이고 다 젖을 수 있으니 눈여겨 보고 움직이자.


초간정으로 들어가는 길은 2곳인데 멀리서 정면으로 바라보는 보건소 쪽 방면이 있고 초간정 대청마루에 직접 올라 초간 권문해 선생이 사랑했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뒷 길이 있다. 뒷 길에는 출렁다리도 있어 색다른 재미를 볼 수도 있다.


오래된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산뜻한 팔작지붕은 사람이 지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럽다. 크고 화려한 건축물을 볼 땐 "우와!"하면서 가슴이 뛰지만 초간정을 볼 땐 "음..."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ㄱ'자로 꺾이는 모퉁이에 자리잡아 바람이 잘 통하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멀리서 초간정을 바라보면 나무들 사이로 초간정이 떡하니 드러난다. 카메라에서 인위적으로 포커스를 맞춘 듯한 느낌이다.


뒷 길로 돌아가면 초간정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초간정에 직접 올라 당시의 풍미를 즐겨보자. 확 트인 풍경과 시원스러운 나무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유속이 좀 있다면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도 들어줄 만하다. 초간정 바로 옆에는 한옥체험이 가능한 민박집이 있고 그 뒤에는 사과수확 체험도 가능한 과수원이 있다. 한 여름이나 날씨 좋은 가을녘, 초간정 근처에서 조용함을 만끽하며 좋은 사람들과 추억을 쌓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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