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맛집 정하동 못생긴돼지의 육즙 좔좔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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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9. 4.
안동맛집 정하동 못생긴돼지의 육즙 좔좔 삼겹살
안동맛집 정하동 못생긴돼지는 안동에서 삼겹살이 정말 맛있는 식당이다. 최근에 먹은 돼지고기나 삼겹살 중에서 단연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곳이고 가장 맛있었다.
솥뚜껑 삼겹살 정하동 못생긴돼지는 정하동 경복궁 뒷편에 위치한다. 골목 안에 있으니 잘 찾아야하지만 위치를 미리 알아두고가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로에 위치한게 아니라서 숨은 맛집이라 할 수 있는데, 이미 안동의 아재들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벌써부터 많이 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재들이 많이 가는 곳은 맛집이라는 공식이 있다. 평일 저녁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을만큼 인기있는 곳이며 가족단위나 연인들끼리 가기에도 좋다. 야외에 있는 타프를 예약하면 분위기 있는 고기파티를 할 수 있기도하다. 우리가 시간내고 돈 들여서 캠핑을 갔을 때의 하이라이트는 야밤에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바베큐파티를 하는 것인데, 정하동 못생긴돼지 야외타프에선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멀리 캠핑하러 갈 필요가 없다.
못생긴 돼지 메뉴판. 삼겹살과 목살은 8천원이고 가브리살이나 항정살도 주문할 수 있다. 고기의 1인분은 150g으로 평범한 수치이며 한 근(600g)을 먹게되면 8,000원 곱하기 4해서 32,000원이 나온다. 그러나 메뉴판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 근
메뉴가 별도로 있다. 한 근
메뉴는 가격이 30,000원이기 때문에 따로 4인분 시키는 것보다 2,000원 절약가능하다. 2~3명이서 간다고 하더라도 보통 4인분 정도는 먹는게 일반적이니, 되도록이면 한 근 메뉴를 주문하는게 이득이다.
이 곳의 첫번째 특징은 불판이 아니라 통무쇠 솥뚜껑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요즘 고깃집의 대세는 솥뚜껑이 아니라 불판이라 할 수 있겠다. 백탄 등의 숯을 쓰는 곳은 아무래도 가격이 좀 더 비싼편이고 일반 가스불과 불판으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식당들이 많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듯 솥뚜껑이 확실히 맛있다. 보기에도 좋고. 솥뚜껑 끝에 구멍을 뚫어 살짝만 기울여주면 고기의 기름이 쫙쫙 빠지는 것도 좋은 점 중 하나다.(불판은 기름이 안빠져서 기름 다 튀고 난리도 아니다)
주문을 하면 먼저 기본차림이 나온다. 고기 외에 별도로 양파와 버섯, 감자와 고사리, 김치가 올라간다.
그리고 나오는 고기. 삼겹살의 두께가 상당하다. 당일 도축한 안동참마돼지를 저온숙성하여 제공하기 때문에 부드러운게 특징이라고한다(현수막에 적혀있었다). 무엇보다 기본 밑간으로 소금간이 돼 있어서 먹었을 때 짭쪼름한 맛이 일품이다. 허브솔트를 뿌려 먹었을 때의 그 맛이 가벼운 짭쪼름이라면, 이 고기는 깊은 짭쪼름이랄까.
이제 고기를 올려보자. 달궈진 솥뚜껑 위에 고기가 올라갔을 때 들리는 청아한 사운드인 '촤르르르'거리는 소리가 일품이다. 불도 쎄서 진짜 고기가 맛있게 굽힌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추가로 콩나물이 올라가면 솥뚜껑 삼겹살 풀코스가 완성된다. 야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 하겠다. 안동의 유명한 고깃집들을 아무리 가봐도 이렇게 사이드가 많이 나오는 곳은 처음이었다.
소주 없이 삼겹살을 먹을 수는 없으니 고기가 구워지길 기다리면서 한 잔 마셔본다.
위 아래가 익었으면 이제 고기를 자른 다음 양 옆을 익혀줄 차례다. 고기가 워낙에 두껍기 때문에 잘 익혀야한다. 엄청 바쁘지만 않다면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신다.
두껍고 통통한 것이 고기의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 맛도 그만큼 우수한 편. 같이 간 미식가 친구 4명 모두가 맛있다고 했기 때문에 믿어봐도 좋다.
고기가 두꺼우니까 입에 넣자마자 육즙이 좔좔 흐른다. 납닥한 삼겹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약간의 소금간이 돼 있으므로 전혀 느끼하지 않아 좋다.
이건 고기를 찍어먹는 기름장인데 고추랑 마늘이 들어간게 인상적이다. 이 고추... 찜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 녀석이다. 찜닭에 밥 비벼먹을 땐 주로 빼는게 보통이지만 삼겹살이랑 같이 먹으면 매콤한 맛을 살릴 수 있어서 좋다.
파저리, 마늘, 양파, 쌈, 깻잎 등 밑반찬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진짜 푸짐한 고기상을 마주할 수 있는 식당이다.
쎈 불에 잘 달궈진 솥뚜껑 위에다가 삼겹살을 동서남북으로 잘 익히면 대충 이런 색깔과 모양이 나오게된다. 이정도가 되면 슬슬 총알을 채우고 건배를 준비하자.
이 곳의 두번째 특징은 고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멈춤없이 고기를 받아볼 수 있다. 무슨 이야기인고하니, 빈자리가 있을 경우 사장님이 빈 자리 테이블에서 고기를 따로 초벌해준다. 고기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이면 어느정도 익혀진 고기가 다시 들어오기 때문에 쉴틈없이 먹을 수 있다. 원래는 고기 한 번 구워서 다 먹고 또 구우면서 기다렸다가 또 먹고... 기다렸다가 또 먹고...해야해서 뭔가 분위기가 컷컷되는 느낌이 드는데 여긴 아니다.
그러다보니까 순식간에 소주 2병을 해치웠다. 안주가 맛있어서 술을 좀 빨리 먹은 날.
친구놈이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대음양 소주까지 깠다. 원래 안주가 맛없으면 안까는 아이템인데, 대번에 깠다. 대음양 소주는 소주 원액이라 톡 쏘는 느낌이 없지만 부드러운게 특징이다. 알코올 원액이므로 다소 독한 맛이지만 도수는 16도.
이 곳의 세번째 특징이다 최대 장점은 솥뚜껑 교체. 고기를 굽고나면 그 기름의 탄 흔적이 불판에 어떤 방식으로든 남게되는데 이때 판을 닦아주는게 아니라 아예 솥뚜껑 자체를 바꿔준다. 불판을 바꿔주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통째로 바꿔주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한 판이 셋팅되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솥뚜껑을 바꾸고 삼겹살과 목살로 갈아탔다. 김치나 양파, 버섯 같은 사이드도 같이 업데이트 되면서 새로 구워 더 맛있게 먹었다.
삼겹살 못지 않게 목살도 퀄리티가 죽여준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으로 기름기 적고 살코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목살을 선택해도 좋겠다.
목살과 삼겹살이 같이 신나게 구워져있다. 솥뚜껑이 교체되면서 들어온 고기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거의 초벌되서 들어왔기 때문에 끊기지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삼겹살과 목살을 다 먹고나서 솥뚜껑을 또 교체한다음 항정살과 가브리살로 마무리하고자한다. 마찬가지로 버섯이나 감자가 새롭게 업데이트 되어 들어왔다.
마무리로 특히 좋은 항정살과 가브리살. 기름기가 많지만 쫀득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배부른 상태에서 먹었는데도 많이 먹었다.
밥을 시키면 된장찌개가 나온다. 두부랑 건더기가 많이 들어있는 편이라서 안주로도 손색없다.
하지만 정하동 못생긴돼지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녀석. 양푼이김치찌개. 6천원짜리인데 3인분 정도 되는 양으로, 국물이 진하고 얼큰하다. 무엇보다 건더기도 많이 들어서 그냥 이것만 있어도 2차갈 필요가 없다.
주변 테이블을 보니까 고기를 먹은후에 소면을 먹고 그러는 사람이 있었는데 기름기 많은 고기를 먹은 후에는 아무래도 뜨끈한게 낫다. 한국에서는 유독 차가운 음료나 후식이 인기이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고기 먹은 후에는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기름기가 잘 분해된다. 중국에서는 기름진 음식이 많아 후식으로 뜨거운 차를 먹는게 보통이다. 심지어 물도 뜨거운 물을 먹는다. 한국인에게 뜨거운 물은 거의 통용되지 않으므로 그 대신 김치찌개같은 매콤하고 뜨끈한 찌개로 뜨거운 물을 대신해보자. 이런 내용들을 다 무시하고서 단순히 맛과 양만 보더라도 6천원짜리 김치찌개는 가성비가 뛰어난 메뉴이기 때문에, 밥을 먹든 안먹든 무조건 주문하는걸 추천하고싶다.
김치찌개와 함께할 마무리 안주는 솥뚜껑 볶음밥. 1인분에 2천원으로 위 사진은 3인분의 양이다.
고기랑 야채를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었다고 하더라도 밥을 볶을 수 있도록 밥이랑 비빌거해서 다 나오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그럼에도 고기가 좀 남은게 있으면 볶아줄 때 잘라서 넣어주니까 억지로 먹을 필요도 없다.
식사가 마무리 될 때쯤엔 사장님이 음료수를 서비스로 2병을 주셨다. 살짝 물어보니 어지간하면 모든 테이블에 다 준다고한다. 음료수 2병이라 해봤자 원가가 얼마 되겠냐만은, 이것조차 안주는 곳도 많기 때문에 참 인심 좋은 가게라는 생각이다. 고기 11인분 이엇나 12이분은 모조리 먹고 볶음밥 3인분에 된장찌개와 양푼이 김치찌개까지 전부 박살냈다. 이어서 소주 4병과 맥주 2캔, 음료수 2병까지... 이 날 진짜 엄청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기분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