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나를 찾아와주는 군대 후임들
- 칼럼 에세이
- 2020. 6. 16.
멀리서 나를 찾아와주는 군대 후임들
나 보고싶다고 대전과 부산에서 한달음에 달려와준 군대 후임들.. 나이는 내가 형이지만, 두얼이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영진이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어디가면 아저씨 소리들을 친구들이지만, 내 눈에는 계속 귀여운 후임들로만 보이는게 신기하다.
맛있는 밥이라도 사줄랬더니 더치페이 하자고 우기고, 화장실만 가도 계산하지 말라고 눈치줘가지고 몰래 계산할 엄두도 못냈다. 나를 잘 알고 있는걸…?
단체 사진이 없는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아껴두었던 맛집도 같이 가고, 음악분수도 보고, 우리집에 놀러와가지고 게임도 하고 했다. 적적한 독거노인 집을 간만에 시끌벅적하게 해준 친구들이 고맙다.
이 친구들도 처음 온게 아니라 지금껏 여러번 찾아와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내가 결혼식 사회를 봐준게 엊그제 같은데, 두얼이가 벌써 아이 두 명의 아빠라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빠른가보다.
나는 군대가 지긋지긋했고 참 적응하기 어려웠다. 자유를 억압받는건 자유로움을 추앙하는 나에게는 전혀 정반대의 환경이었다. 억압된 자유의 시간인 2년동안 나는 많이 바뀌었던것 같고 어쩌면 바뀌지 않았던것 같기도 하다. 군대 시절이 벌써 1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난 지금, 군대 시절이 마치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땐 나를 보러 와주는 후임 친구들이 있어서, 그때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음이 실감난다.
내가 좋은 고참, 좋은 선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그랬을수도,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았을수도 있겠다 싶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 부대에서 복무하였던터라 그때의 2년은 매우 힘들고 고되었지만,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강렬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젊음의 시기였다는 생각에 한 편으론 뿌듯하기도 하다. 어쨌거나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은 가야하는곳 아니겠는가.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것 같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생기는 곳이 군대라는 곳이고 여기는 남자들의 세상이므로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지만, 인생에 한번은 어쩌면 괜찮지도 않을까 생각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