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사진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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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라이 여행때 촬영된 사진 (모델로 활동)

제가 여행사 지원을 받아 인플루언서로서 보라카이를 여행했을 때, 당시에 현지에서 스냅사진을 찍어주시는 작가님 부부가 계셨는데, 여행기간 내내 함께하면서 같이 식사도 하고, 음료도 마시고, 저녁에 맥주도 먹으면서 여행기간 내내 사진을 촬영했었습니다. 여행이 끝날 때 우리는 친구가 되었어요. 이후에 제가 세부 자유여행을 할때에도 만나서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했었고 지금도 인스타를 통해 종종 소통 중입니다.

 

그때 저는 사진 작가가 아니라 모델을 했었는데 사진도 물론 너무 예쁘게 잘 나왔지만, 사진보다 더 기억에 남는건, 그때의 사진을 촬영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기억나는 추억들입니다. 어렴풋하게 기억나긴 하지만, 그때의 그 즐거웠던 느낌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예쁜 사진을 건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 가치는 사진 촬영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어야한다는겁니다.

제가 처음 인물스냅 사진을 찍었을 때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한 첫경험이 지금까지 제가 카메라로 사진을 담게 만드는 어떤 원동력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되면, 도파민이 분출되면서 밤을 새도 피곤함이 덜하고, 무엇보다 그 일에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촬영이 재미있어야하고, 무엇보다 사진작가와 모델 모두에게 사진 촬영을 하는 그 시간을 좋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인생에 소중한 가치가 되고, 힘들때나 우울할 때 과거를 추억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현실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아주 가끔 옛날 사진을 꺼내 들춰보면서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사진의 역할은 충분할 것입니다.

 

역광 사진 (모델이 저)

현재 웨딩스냅이나 돌스냅, 식전 스냅 등을 살펴보면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많은분들이 피곤하고 힘든데도 억지로 촬영을 이어가는 케이스가 많고, 그러한 것들이 즐거운 추억이나 재미있는 시간이 된다기보다는, 차라리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말하자면 어떤 임무나 퀘스트, 미션 같은걸 수행하는 것처럼 보여서 정말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진 경험은 사람들을 사진 촬영에서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 자체가 뭔가 힘들고 재미없고, 어렵고, 즐겁지 않다는 이미지를 만듭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많은분들께서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웨딩스냅이나 돌스냅 같은걸 촬영하면서 사진 촬영의 시간이 즐겁지 않고 힘들었다고 하소연하십니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은 초고화질로 커다란 액자로 뽑아서 거실 한복판에 걸어둔다고 하더라도, 즐거운 추억이 아닐 수 있으므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잘 쳐다보지 않게 되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됩니다.

너무나도 정형화된 사진은 제 눈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지루합니다. 똑같은 사진관에서 똑같은 웨딩스냅을 촬영하게 되면 배경과 색깔이 모두 똑같고, 머리만 툭 잘라서 교체한 사진 같습니다. 이런 사진을 매년 들춰보는 사람을 저는 보지 못했고, 이런 사진을 인스타에 '과거의 오늘'로 공유하는 사람도 적어도 저는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진을 선호하시는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그런분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적어도 한번쯤은 찍어보는 것도, 실제 일상 스냅사진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왜 인기가 있는지 알아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사진 속에 사람들은 웃는 표정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 마음 한켠에는 '빨리 끝나면 좋겠다'라는 심리가 있는것처럼 보이고, 그것이 사진에 어느정도 노출되게 됩니다. 제 눈에는, 이 사람들은 사진을 촬영하는게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입니다.

스트릿 포토그래퍼가 인기있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담는 피사체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자연스럽기 때문일겁니다.

저는 차라리 어린시절 소풍에서, 3000원짜리 코닥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지만, 정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흔들리고 색깔은 이상하고, 낡고 흐려졌지만, 즐거운 경험이 떠오르는 사진이 훨씬 더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웨딩스냅이나 돌스냅을 메인으로 촬영하지 않는것도 이런 이유에 근거합니다. 돈만 따지자면 웨딩이나 돌스냅이 훨씬 저에게 이득이 됩니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에 빛과 함께 담기는 그분들의 마음가짐이나 체력적, 시간적 여유를 고려해볼 때 이런 상황은 제가 카메라에 담고싶은 환경은 아닙니다.

여행의 즐거움과 사진의 즐거움이 함께할 수 있는것이 야외 스냅사진입니다. 이름부터가 스냅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환경보다는 다채로운 환경이 주는 그 특유의 거칠고 까다롭지만, 보다 모험적인 그런 재미가 있습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동영상 콘텐츠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많은분들이 '이제 사진의 시대는 끝났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는데,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넘쳐나는데도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는것처럼, 사진의 역할을 계속해서 남아있을것입니다. 사진은 사진만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멈춰진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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