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4 - 암 덩어리(자전적 디스토피아 소설 씨앗글) 매일 아침 이불 속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너무나도 아픈 하루를 시작한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꿈 속에서 나는 악마의 지령을 받고 대화를 나눈다. 잠에서 깼을 때, 그 무엇도 기억할 수 없지만 아침이면 모든 이에게 파괴적인 일을 맡은 수행원이 된다.아침마다 나는 상당히 아프다. 식도는 송곳에 찔린듯 따갑고 머리는 깨질듯 흔들거려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팔은 하늘거리고 시야는 흐리멍텅하다. 내가 있는 장소를 인식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신을 회복하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려하면 다리가 휘청거려 작두를 타듯 비틀거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고 생각을 해서 기억을 되살리려해도, 불태워버린 첫사랑의 사진처럼..
(자전적 디스토피아 소설 씨앗글) 나는 오늘만 살아간다. 내일을 살지 않는다. 오늘 하루만 살아가기에도, 하루를 버텨내기에도, 이 슬프고 저주같은 짧은 시간을 보내기에도 벅차다. 인생 앞에서 나는 외소하고 가냘프고 약하다. 작은 바람에도 갈대보다 더 심하게 흔들리는 마음은 지옥같은 세상을 살아가기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만 살아간다. 오늘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미래를, 내일을, 당장의 코 앞에 있는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기에 오늘조차 두렵고 힘이든다. 나는 사무치는듯한 외로움을 타다가 그것이 운명임을 깨닫고는 씁쓸하게 인정한다. 내가 바꿀 수 있는건 없다. 왜? 도대체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감스럽게도 나는 또 다른 오늘을 감내해야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내일은 곧 오늘이 되..
나는 간사한 인간이다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인간은 참 간사하다. 간사한 존재다. 끝없는 욕심에 항상 후회를 하면서도 그 후회를 하기위해 다시 욕심을 부린다. 처음에는 호감있는 사람의 얼굴만 봐도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얼굴을 보게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손이라도 잡고 싶어진다. 살짝 스치는 손을 지나 깍지를 끼고 양손을 포개어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손 이후에는 목덜미나 어깨동무나 포옹으로 이어졌다가 달콤한 입맞춤. 나중엔 온 몸의 체온을 공유할 잠자리까지 이어가려한다. 예전엔 100원만 있어도 좋았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돈이 아닌 이상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한다. 행복하길 바라면서 상대방이 정말 행복해보일..
나는 행복해서는 안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생 최대의 목표를 행복으로 설정하고 신기루같은 것에 끌려 미친듯이 살아간다. 그들과 다르게 나는 행복해서는 안된다. 행복하면 안된다. 절대 행복과 친해질 수 없다. 웃고 살 때마다 항상 문제가 터졌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마치 악마의 손에 인생이 맡겨진 노예처럼 사소한 즐거움도 허락되지 않는다. 영원히, 평생을 쓸쓸하게, 12월에 흩날리는 눈보라같은 시간을 타고난 운명이다. 악랄한 신이 내 삶을 지켜보다가 조금이라도 암울함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낌새가 보이면 그대로 맥을 끊는다. 미소를 지을때마다 무릎이 꺾이고 뭔가에 뒷통수를 맞은 듯 의도치않은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심각하게 도지는 신경쇠약이나 우울함에 기인한 스스로에 대한 경고 혹은 피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