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35) 백범 평전
- 책 도서/독서 기록
- 201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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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사업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전 인류가 의롭고 즐겁게 잘 살 수 있는 일을 도모함이다. 젊은이들이여,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민족의 큰 사명에 눈을 떠서 자기 마음을 닦고, 자기 힘 길르기를 낙으로 삼는 홍익인간의 대로를 가거라.”
백범 김구. 그는 누구인가.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역사적인 배경과 사실, 그리고 <백범 일지>, 마지막으로 상당한 관심과 끈기가 필요할 것이다.
교과서를 통한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범 김구를 얼핏 알고는 있되, 자세히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 중 한 명이다. 과연 그는 혁명가인가? 불멸의 지도자인가? 아니면 또 다른 그 어떤 인물일까? 근현대사에 관한 궁금증에 의해, 그리고 일찍이 ‘문화’의 힘을 강조한 그의 선견지명을 배우고자 이번 책 <백범 평전>을 펼쳤다.
이 책은 평전이다. 평전이라 함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를 뜻한다. 즉, 일반적인 전기에 평론이 추가 된 형태이다. 따라서 평전을 접할 때엔 저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단순 사실 정보가 아닌,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평전은 독자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성향이 있다.
이번 책 <백범 평전>은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저술되어 있는 듯 하다. 특히나 많은 연구를 통해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저자의 스토리 전개 스타일에서 보면, 약간은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백범에 대한 너무 깊숙한 몰입이 약간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인용문은 감점을 주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는 것이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갖는 것 뿐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백범을 자세히 알고싶은 사람에게 이번 평전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나처럼 근현대사의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조건들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것은 근현대사를 평범하게 알고 있는 사람에겐 지루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 어쨋거나 인물탐구 초입문용으로는 합격점에 가깝다.
백범의 삶을 보면 우리내 민족의 삶을 엿 볼 수 있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치욕스럽지만 꼭 기억해두어야만 하는 역사적 현실들이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백범이 남겨놓은 혁명적인 불씨는 후손인 우리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남겨 있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씨울이 붉어지는 때가 자주 있었으니까.
요즘 우리들은 남들의 시선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비슷하다. 허나 백범은 자신의 굳은 의지와 철학을 목숨처럼 여기는 위인이었다. 갖은 비난와 오해, 음해 등을 겪으면서도 민족과 조국을 위해 영혼을 바친 그이기에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훈이 너무나도 많다.
이번 책 <백범 평전>을 통해 우리나라를 색다른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애국이랍시고 말로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참 많지만, 적어도 나는 백범처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상호 타협이 가능한 작은 문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해보았다.
아직도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원하는 ‘아름다운 나라’는 실현되지 못한 듯 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당시의 미래상과 현재의 미래상도 차이가 많이 날 것 같다. 그동안 많은 경제발전과 국민의식고취로 인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또한 현실이다.
만약, 지금 백범 김구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어떤 미래를 꿈꾸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나름대로의 추측으로 계산해보건대, 여전히 ‘문화 강국’을 꿈꾸지 않았을까 싶다. 물리적인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혹은 문화콘텐츠 같은, 물리적 자원에 제약이 없고, 국경이나 땅의 크기 따위에서 자유로운 것들이야 말로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들은 지금껏 경제발전만을 외치며 남들을 따라하기에 바빴었는데, 그러다보니 남들을 따라하지 않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고착상태에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장소를 불문하고, ‘창의, 창조, 상상력’ 등의 멋진 말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실제로 남들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문화가 거의 없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상해의 함성처럼 이제 우리는 문화 발전의 함성을 외쳐야 할 때라고 다짐하며, 서평을 마친다.
백범평전 - 정경환 지음/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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