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OOO을 잘하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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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로 이런 생각을 한다.
'OOO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땐 누구나 그렇듯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고, 앞으로 조금 갔다 싶으면 발로 멈추게 되어버린다. 중심을 잡을 수 없고 페달이 한바퀴 돌아가기도전에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휘청거리게된다. 나는 수 없이 넘어졌고 미끄러졌다. 며칠동안 자전거를 타봤지만 별로 진전이 없는 것 같던 어느날.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당시에 내가 넘어지는 걸 두려워했거나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면 지금껏 자전거와 나는 인연이 없었을 것이다.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시절 동네 친구들 몇 명이 컴퓨터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들은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키보드 타이핑 방법이나 부팅방법, MS DOS 명령어 따위를 배우고 있었다. 나는 이따금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울때가 있었는데 당시에 나는 개인용 PC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늦게나마 얻게된 팬티엄 시리즈 컴퓨터는 당시 금액으로 100만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나는 독학으로 키보드 타이핑을 배울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도 내 머리속에 한 질문이 떠올랐다. '키보드 타이핑을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나는 결국 독학으로 키보드 타이핑을 익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겐 오히려 독학이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때 익혔던 타이핑 기법을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 평생동안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정석은 아니지만(새끼손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자신만의 이상한 타이핑 방법)꽤 빠르고 정확하게 타이핑할 수 있으니까.

처음 차를 샀을 때, 과거의 기억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장롱면허에다가 초보운전자였기에 잦은 접촉사고가 있었고, 앞 뒤 범퍼와 사이드미러는 성할 날이 없었다. 주차하다가 타이어가 긁히는 일이 전혀 짜증나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익숙해졌는데, 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운전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떤걸 능숙하게 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정말로 궁금했다. 그것을 잘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사람들의 기분이 어떨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가령, 기타 연주를 잘하는 사람을 보고 나 역시 기타 연주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매칭될 때, 마지막으로 내가 조금 연습해봤지만 기타 실력이 지지부진할 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내게 중요한건 기타를 멋지게 연주하는 연주실력이 아니라, 기타를 연주하는 그 사람의 기분이다.

지금껏 내가 했었던 모든게 비슷했다. 무언가를 잘 못하는 상태였고 그것에 도전할 때 마다 'OOO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키보드 타이핑을 문제없이 수행하고 운전에 익숙해 졌을 때. 딱히 어떤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나였고, 무언가를 못할 때의 나와 완벽하게 동일한 사람이었다. 남은건, 단지 남들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따금 간절히 원하는 것(그것이 자전거 운전처럼 사소한 것이든 꿈처럼 위대한 것이든)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OOO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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