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장기투자 스터디] 1편 - 지수(Index)와 ETF의 이해, 무엇에 투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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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지수는 미국 기업 경제를 반영하는 규칙 기반의 지표다. S&P 500에 장기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이 지수의 구조, 유지 관리 방식, 그리고 구성 요소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지성으로 S&P 500에 장기투자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돈을, 자산을 투입하면서 투자를 이어갈 때, 구체적으로 우리가 무엇에 투자를 하는지는 일단 알고 투자를 하는게 좋다. 무엇에 투자를 하는지도 모르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일단은 S&P 500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S&P 500이 어떤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이해해보자. 그래야만 더 장기적인 믿음과 데이터 기반으로 된 근거를 바탕으로 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1. 최고의 시장 바로미터 S&P 500

S&P 500은 미국 주식 시장의 성과를 측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벤치마크다. 미국 전체 주식 시가총액의 약 70%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수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가 1957년 3월 4일, 현재와 같은 500개 기업 형태로 발표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기원은 1926년 90개 기업으로 구성되었던 '컴포지트 인덱스(Composite Index)' 또는 'S&P 90'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S&P 500만으로도 역사가 깊고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연구와 데이터들이 쌓여있어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은 처음 투자하는 투자자들과 새로운 투자자산과 S&P 500을 비교분석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S&P 500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500개 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단 30개 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A)에 비해 훨씬 더 광범위한 시장을 포괄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더 용이한 지표로 인정받는다. 

실제로 S&P 500과 다우의 지수 장기 추세 그래프를 보게되면 뒤로 갈수록 차이가 조금 벌어지는 모양을 볼 수 있다. 

2. 시가총액 가중 방식 메커니즘

S&P 500은 '시가총액 가중 방식(market-capitalization-weighted)'으로 작동한다. 각 기업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당 기업의 총 시장 가치(주가 × 발행 주식 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더 큰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S&P 500에서 더 많은 비중으로 편입되고, 더 낮은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S&P 500에서 더 낮은 비중으로 편입되어 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리밸런싱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특별히 해야할 일은 없으며 거의 자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 아닌, 동일가중지수 방식으로 작동하는 방식도 있다. 이름 그대로 모든 S&P500 주식 종목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ETF다. 500개의 종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편입하려면 각 종목당 0.2% 씩 편입해서 100%를 구성하는 분산 투자 방식의 ETF다. 시가총액가중방식은 특성상 시가총액이 높은 기술주 중심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비중을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동일가중 방식으로 투자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최근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동일가중방식은 선호하지 않고 전통적인 시가총액가중 방식으로만 투자한다.

3. 시가총액 가중 방식 vs 동일가중 방식

시가총액 가중 방식은 현재는 엔비디아(Nvidi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애플(Apple)과 같은 거대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전체 지수를 주도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구성 기업들은 지수 전체에 훨씬 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상위 10개 기업이 지수 전체 가중치의 3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특정 종목에 쏠려있다고 볼 수도 있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을 많이 편입해두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최근 22년간 시가총액 vs 동일가중 수익률 비교 (AI로 직접 제작)

IT 섹터를 비롯한 M7 등 소수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동일가중 방식보다 시가총액방식이 유리하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 부담스러운 장기투자자라면, 시가총액방식 70% + 동일가중방식 30% 식으로 두 가지 방식을 약간 섞어서 투자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일가중 방식과 시가총액 방식의 수익률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동일가중 방식의 수익률이 아주 조금이나마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동일가중 방식은 본질적으로 '중소형주'와 '가치주'에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방식보다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특정 종목이 과열될 때 비중을 줄이고(매도), 소외된 종목의 비중을 늘리는(매수) '역추세 리밸런싱'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특성상 꾸준하게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편이었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22년 말까지도 동일가중(RSP)은 시가총액(SPY)을 소폭이나마 앞서고 있었다. 2023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AI 붐을 타고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M7이라 불리는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시장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방식은 이 거대 기업들의 비중이 전체 지수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이들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 혜택을 그대로 받았다. 예를들어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상승해서 큰 폭으로 지수를 이끌었다. 반면 동일가중 방식에서는 엔비디아의 비중이나 다른 499개 기업의 비중이 0.2%로 동일하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아무리 올라도 지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2023년~2024년 사이 시가총액 방식이 동일가중 방식을 압도적인 격차로 앞질렀고, 2003년부터 누적된 동일가중의 우위를 모두 뒤집고 역전한 사례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그리고 과거에는 동일가중 방식이 유리했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록적인 '쏠림 현상'이 전체 기간의 성과를 뒤바꾼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현재 S&P 500 시장의 모습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주 중심의 상승을 예상한다면 시가총액방식으로 선택하면 된다.

 

최근 S&P500 구성을 보면, 엔비디아가 크게 편입되어 있다.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이다.

시가총액방식 구조를 살펴보게되면, S&P 500 지수가 정적인 도구라기보다는 살아있는 생태계처럼 움직인다는걸 알 수 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은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의 비중을 자동적으로 늘린다. 동시에 주가가 하락하는 기업의 비중은 줄이는 메커니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능적으로 볼 때 '승자를 사고 패자를 파는' 모멘텀 투자 전략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종목을 예측하거나 선택하는 개인적인 판단 없이,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차이점이다. 따라서 S&P 500에 장기투자를 하려고하는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높은 거래 비용이나 인간의 판단 오류 없이 '잘 나가는 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단점이 있어서 집중화 위험을 어느정도 내포되어 있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소수의 메가캡 기술주들이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면서, 지수의 성과가 이들 소수 기업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 현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줄여서 M7이라고 부른다.

4. 지수 편입 기준

S&P 500 지수는 개인의 의견이 아닌, 엄격한 규칙에 따라 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의 독립적인 위원회에 의해 관리된다. 기업이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편입 조건이야말로 우리가 S&P 500을 신뢰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근본 뿌리라고 생각한다.

  • 시가총액: 최소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는 대형주여야한다.
  • 유동성: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높은 거래량을 유지해야한다.
  • 재무 건전성: 가장 최근 분기는 물론, 과거 4개 분기 합산 순이익이 흑자여야한다.  
  • 유동 주식: 상당수의 주식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어 거래 가능해야한다.

S&P 500 지수는 매년 3월, 6월, 9월, 12월 세 번째 금요일에 공식적으로 리밸런싱(재조정)된다. 이 과정을 통해 더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제외되고, 새롭게 자격을 갖춘 기업이 편입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S&P 500 지수가 항상 미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유지하는 핵심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변경 사항은 통상적으로 효력 발생 5영업일 전에 발표된다.

이 과정에서 '지수 효과(Index Effect)'라는 단기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특정 종목이 지수에 편입되면 수많은 인덱스 펀드가 해당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하므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반대로 지수에서 제외되면 매도 압력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MSCI(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한국지수 편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기사들도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이유가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에서 의무적으로 해당 종목을 매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S&P 500에 투자하려고하는 패시브 투자자에게 이러한 단기 변동성은 큰 의미가 없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구성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뿐이다.

5. 자동 리밸런싱의 의미

S&P 500 지수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리밸런싱 과정은 자동화된 품질 필터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필터는 장기적으로 수익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편입 기준은 기업에게 지속적인 수익성을 요구한다. 지수에 편입되려고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조건이 향후 더 까다로워지면 까다로워졌지 더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가차 없이 지수에서 제외된다.

이 규칙 기반의 프로세스는 마치 감정 없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처럼, 기계처럼 작동한다. 쇠퇴하는 기업(예: 파산 위기, 시가총액 감소, 지속적인 적자)을 매도하고, 재무 건전성과 시장성을 입증한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게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좋은 이익을 얻는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면 원래대로라면, 투자자 본인이 직접 연말쯤해서 비중을 조절해주어야하고 종목을 조절해주는게 필요한데 S&P 500 지수에만 투자한다면 그런 일은 알아서 다 해준다.

그리고 이런 리밸런싱 과정은 안정성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실제로 과거 엔론(Enron)이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와 같은 기업들이 붕괴 직전 혹은 붕괴 직후에 지수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이러한 시스템의 효과를 증명하기에 충분해보인다. 

6. 엔론과 리먼 브라더스 사례

S&P 500의 지수 편입 리밸런싱 과정의 장점을 설명할 때 자주 엔론과 리먼 브라더스 사례가 언급된다. 엔론은 파산 신청 직전에,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 신청 직후에 S&P 500 지수에서 제외되었다. 엔론의 경우, S&P 500 지수에서 퇴출이 결정된 것은 파산 신청 며칠 전이었다. 2001년 11월 28일 (또는 그 직전), S&P는 엔론을 S&P 500 지수에서 제외하고 엔비디아(Nvidia)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엔론은 며칠 뒤인 2001년 12월 2일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S&P 500 퇴출 결정이 내려진 11월 말은 이미 엔론의 회계 부정 스캔들이 10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등급이 추락한 상태였다. 즉, 시장은 이미 엔론의 붕괴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지수 퇴출은 파산이라는 공식적인 붕괴 직전에 이루어졌다.

리먼 브라더스의 경우, 파산 신청 직후에 지수에서 제외되었다. 리먼 브라더스는 2008년 9월 15일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는데 파산 신청 이틀 뒤인 2008년 9월 1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리먼 브라더스 주식의 거래를 즉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S&P 다우존스 인덱스는 상장 폐지되거나 거래가 불가능한 주식을 지수에 포함하지 않으므로, 사실상 S&P 500 지수에서의 퇴출을 의미했다. 리먼의 경우는 엔론과 달리, 파산 신청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거래 정지 및 지수 퇴출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빠르게 결정되었다.

S&P 500 지수 위원회는 정기적인(보통 분기별) 리밸런싱을 통해 지수 구성 종목을 변경하지만, 엔론이나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파산, 상장 폐지, 인수 합병 등의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비정기적으로 즉시 종목을 교체한다. 

이처럼 S&P 500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동적인 시스템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시스템이야 말로 '사서 묻어두는' 전략이 성공적일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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