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짚으로 똥 닦기 이삭을 떨어낸 벼 따위의 줄기와 잎은 지푸라기라는 날개를 가진 짚이다. 추수를 하고 남은 짚은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했는데 짚신, 초가집 지붕, 소 여물 등이 주요 사용처였다. 1970년대 한국의 가구는 대부분 초가집이었다. 전기도 없던 시절이라 전부 호롱불을 사용했고 화장실은 푸세식으로 집 밖에 있었다. 겨울엔 추웠고 여름엔 더웠으며 대체로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다.얼마 후, 새마을운동 역점 과제였던 농가지붕 개량 사업이 추진되면서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초가집 지붕이 기와로 바뀌었다. 기와집은 초가집보다 보기에도 고급스러웠고 이때부터 지붕에 올라가던 짚을 퇴비로 사용하여 농사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남는 짚은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만드는 등 각종 도..
전통시장이 들어서는 지방도시 근처에선 어르신들이 "무신날"이라고 말하는걸 흔히 듣게된다. 무신날이란 단어는 '무슨날'의 오타나 잘못된 발음이 아니다. 현재까지 통용되는 의미는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신이 없는 날을 뜻한다. 옛 현인들은 12지신과 각 종교적 의미에서 신의 가호를 받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신이 1년 365일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이 쉬는 날, 한마디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 날을 무신날이라 불렀다. 현대에도 '손 없는날'이라고해서 이사갈 날짜를 잡곤 하는데, 손 없는날은 귀신이 없는 날이다. 손 없는 날에는 악운이 따라붙지 않는다. 신이 없는 무신날에는 별다른 행운이 따르지않는 날이며, 특별한 일이 없는, 그저그런 평범한 날이다. 두번째는 5일장이나 6일장 등이 서는 장날이 아닌 다른..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생각이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걸까?우리 신체가 하는 완벽한 모든 행동은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 생각으로부터 비롯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위대한 아이디어, 철학적 관념들, 신과 종교의 창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같은 고대 불가사의, 농업을 거쳐 산업, 현대 문명과 신체적인 진화 등 큰 업적에서부터 단순히 숨을 쉬고 음식을 섭취하고 눈을 깜빡이고 잠을 자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까지... 모든 것이 생각으로부터 비롯된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모름지기 해야할 '생각'들은(가령 숨쉬기는 딱히 의식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평생을 함께 움직이는 생각의 엔진같은 것이다. 생각이 멈춰버린다면 숨쉬기도 자동으로 멈춰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생각은 경..
지금은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닭고기. 그러나 예전에 닭 한마리를 잡는건 특별한 일이 있을때만 할 수 있었다. 잔치나 결혼식, 제사가 있다면 아껴 키우던 소나 돼지를 잡았다. 농사가 잘 되거나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몇 달만에 시장에 나가 물건들을 제 값에 팔아오면 닭 한마리를 잡거나 시장 통에서 손질된 닭을 사와 집에서 먹는 것이 하나의 큰 기쁨이었다. 비교적 최근, 한 달 월급을 노란 봉투에 담아 두툼히 주던 시절만해도 월급날이면 각 가정의 아버지들은 양 손 무겁게 치킨 한마리와 장난감 등을 사서 가족들과 나누며 기쁨을 함께하는 풍습 아닌 풍습이 있었다. 과거에 닭고기는 꽤나 귀했다. 오히려 개고기가 더 흔했을 정도로 지역에 따라서는 닭고기를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덕분에 관련 요리법은 다양하..
장례식 귀신 쫓기 옛 사람들은 장례식에는 항상 귀신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장례식 자체가 이미 죽은 고인을 기리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영혼이 차려놓은 음식을 먹고 방문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여겼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시대에도 장례식만큼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떠들석해야 고인이 편하게 하늘로 올라간다는 인식이 있다. 인간이 사후세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생긴 장례식은 사람 눈에 보이지않는 어떤 존재를 생각하게한다. 이후 장례식에는 귀신이 있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의식의 중심이되는 고인 뿐만 아니라 고인의 친구라던지 고인의 부모형제, 근처를 떠돌아다니는 잡귀 등이 모두 장례식에 모여든다. 장례식엔 음식이 있고 그리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미이라가 말하는 450년 사랑이 이루어지는 다리 1998년 경북 안동. 정상동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주인 없는 무덤들을 이장하게 되었는데, 무덤에서 미이라가 튀어나왔다. 무수한 부장물들과 함께. 이 미이라와 부장물들은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 시신을 보관하던 관이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의 무덤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관계자가 조사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한글 편지 한 통과 시(詩)가 발견되었는데, 편지 내용을 근거로 미루어볼 때 400여년 전의 무덤으로 밝혀졌다. 가로 58㎝, 세로 34㎝의 한지에 붓으로 써내려간 한글 편지였다. 이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은 안동대 박물관 3층에 상설 전시되고 있다. '병술 유월…'로 시작하는 이 편지의 주인공은 고..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다. 기껏해봐야 수 십년, 길어봐야 백 수십년 짜리 시한부 인생말이다. 시(時 때 시), 한(限 한정할 한), 부(附 붙을 부).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꼭 불치병에 걸리거나 식물인간이 될만큼의 큰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사 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진 사람처럼 말이다. 조금만 귀찮으면 무언가를 미루기 일쑤다. '다음에 하면 되지'라는 생각 때문인데 사실 그 '다음'은 없을 수도 있다. 누군가와의 만남, 당장 떠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를 여행, 친구들과의 담소, 참여하는 스포츠, 술자리, 하고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 꿈, 독서, 산책, 명상 등 거의 모든 것들..
알고 보니까 '나중에'라는 말은 엄청 슬픈 말이었다. 그것은 현 시점에서 모든게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