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라! 나의 20대여... 나는 지금 29살이고 곧 서른이 된다. 내 아버지가 서른때 나를 낳았으니 나는 곧 내가 태어났던 해의 그와 같은 나이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크고 건강한 용감무쌍 호랑이 같았다. 지금의 나는... 들고양이 같다.나는 20대가 되기 전까진 나의 20대를 상상한 적이 없던 것 같다. 단 한번도! 어른이 되면 어떨까...같은 생각자체를 안했나보다. 노느라 바빴으니 그럴만도 했겠다. 상상여부에 관계없이 내 20대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로 가득찼다. 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군대를 다녀왔으며 블로그를 시작하고 책을 썼고 강의를 하고 돈을 벌기도 했다. 회사에 취직했다가 그만두기도 했고 귀 빠지고 처음 해외도 다녀오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여러번 가게되었다. 운전면허를 따고 장..
글쓰기는 갈증이다. 블로그에 2,600번째 글을 쓰면서. 와우. 2,600번째 글이라니! 블로그 글 카운터가 2600이 넘었다. 100단위로 갱신되는 글 카운터를 보자니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과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잠시 추억에 젖었다가도, 내가 첫 글을 썼을 때의 나쁜 시선들과 의견들이 거의 대부분 틀렸음을 이해하곤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남들을 나를 잘 몰랐다. 심지어 나도 나를 잘 몰랐으니 내 생각을 포함한 모든 의견이 지금 시점에선 덧 없다."니 같은 놈이 글을 쓴다고? 현실을 직시하는게 어때?" 얼굴 하얗게 질리면서 사람들이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할때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땅을 바라봐야만했다. 나는 그저 듣는 입장이었고, 당신의 말이 옳다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개를 ..
책 3권 쓰고 1원도 못 번 대신 얻은 4가지 책 쓰는 사람 중에, 아니 글 쓰는 사람 중에 겸손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악랄한 정의를 가진 자들이 바로 글쟁이다. 작가는 어떤 욕망에 의해 지리멸렬한 글쓰기 작업을 감내하는 부류다.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래서 욕망있는 인구는 많지만 작가는 많지 않다.작가의 욕구는 돈일 수도 있고 명예일수도 있으며 단순히 자기가 책을 냈다는 사실에 대한 만족감일수도 있고, 문화적으로 입증된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동경과 자기가 그 반열에 올라섰다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동기일 수도 있다. 독자를 위해 쓰지만 결국 집필이란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므로 가장 기초적인 동물적 본능에 다름아니다.나는 지금껏 4년에 걸쳐 책 3권을 출간했는데 책 3권으로 단돈 1원도 벌지 못..
아마추어는 '긴장'하고 프로는 '흥분'한다 수 십 혹은 수 백명의 청중이 저마다의 눈으로 한 곳을 응시한다. 그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다리를 꼬는 이, 하품을 하는 사람, 팔짱을 끼는 축이 있는가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축도 있다. 주최측의 소개가 이어지고 나는 천천히, 하지만 느리지않게 무대로 올라간다. 옷차림은 내가 입을 수 있는 가장 신사적인 모습이다. 사람들은 등장하는 나를 보면서 강사가 젊다는 사실에 매번, 그리고 살짝 놀란다. 모름지기 연단에 오르는 강사라고하면 백발이 성한 노인이거나 어느정도 연배가 있을법하다는 통념이 있는 탓이다. 나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띄며 입장한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재차 확인했다. 넥타이의 적당한 조임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준다. 단추 흐트러진 곳 없고..
버스에서 치킨 냄새를 맡다 술 약속이 있어서 차를 놔두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고 있었다. 차로가면 금방이지만 주차문제를 해결해야하고, 대리운전을 해야하는 등 신경쓰이고 복잡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차공간은 항상 부족하고 차와 사람은 언제나 많다. 이럴 때 버스나 택시를 타보면 아주 편하다는걸 알게되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조급함을 없애는게 쉽지가 않다. 우리는 너무 급하고, 너무 빠르게 살고있다.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는 에어컨을 켜지않고 창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빈 좌석이 많아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목적지로 향하는데 어디서 치킨 냄새가 났다. 분명 치킨이다. 절대 다른 음식일리 없는 독특한 향 때문에 나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지?3칸 정도 앞 좌석에..
수 년의 무명생활 3 - 노력으로 안되는 것도 있다 백수라면 백수고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 이도저도 아니라거나 아직 명칭이 없는 직업군을 가진 이런 생활에선 일감이 몰릴때 확 몰리고 없을땐 아예 없기 마련이다. 욕심을 좀 부려 모든 일거리에 대해 승낙하고 싶었지만 그러지않기로 했다.회사를 그만두고 블로그를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블로그 제목에 이름을 넣은 것이 아주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개인브랜드화에 이보다 더 좋은 상품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엔 특이한 이름 때문에 곤혹을 치르곤 했었는데(병원 같은데서 차트를 적을 때 이름을 말하면, 항상 두 세번은 반복해서 말해야만 제대로 적혔다) 지금은 독특한 이름 덕분에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되고 차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검색 포털에 '남시언'..
"여기서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거요?" "아무것도"그렇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글을 쓰는 일이든, 그림을 그리는 일이든, 음악을 만들든, 선거에 나가든, 술잔이 식기전에 적장의 목을 베는 일이나 천하통일 역시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아무 일도 아니다. 그 일이란게 얼마나 중요한지의 여부를 떠나 관련이 없으면 끝인거다. 아무것도. BK LOVE 노랫말처럼 "내 친구는 아직 그녈 사랑해요"라고 하더라도 내 일이 아니라면 사랑조차 아무것도 아닌 일이된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만족한다면 된거다. 인간의 욕심이란건 끝이 없는 탓에 만족하려하면 할수록 보다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농가 취재를 다니면서 항상 작물을 키..
수 년의 무명생활 2수 년은 참 긴 시간이었다. 나는 극심한 외로움을 겪으면서 공포영화도 못보는 주제에 귀신이라도 만나고 싶어질만큼 쓸쓸했다. 서른줄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항상 월급, 직장생활, 결혼, 연애, 정치, 자동차, 부동산, 적금 따위였다. 그런 것들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었고, 내 귀에는 배부른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는 것 밖에 없었다. 내 무명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였다. 이 대지가 현실에 존재하는 내 땅이었다면 난 재벌이었겠지. 대한민국에서 20대 끝물 남자가 적금하나 없다는 사실을 떠들고 다니면 인간쓰레기를 증명하는 짓밖에 안되는 까닭에 돈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때면 침묵으로 일관했다. 꿈, 세계관, 창조적인 지식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