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혼자 떠난 해외 자유여행(마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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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보니 혼자 해외로 배낭여행도 하게된다. 한달 전까지만해도 내 인생에 없을 것 같았던 해외 배낭여행. 그것도 혼자! 패키지나 여행사를 낀 형태가 아니라면 지금껏 배낭여행은 둘째치고 아예 배낭을 싼 적도 없었다. 항공권부터 호텔 예약까지 모든게 처음이었고 신기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떠나기 전 책도 사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재미와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혼자 떠나야했고, 혼자 준비해야했으며, 현지에서도, 되돌아올 때도 혼자 모든걸 해야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마카오로 떠난 2박 4일. 여행일정을 계획하기 전까지만해도 단어 그대로 '발 길 닿는대로 움직이는 여행'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정은 짧은데 욕심이 늘어나게되면서 나도 모르게 강행군을 하게 되고, 알게 모르게 조금 무리하게되었다.

마카오는 도보여행을 하기에도 괜찮은 곳이지만 호텔셔틀과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 이용률도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처음의 모토를 토대로 최대한 도보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엄청나게 힘들었고, 중간에 포기하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고, 단 한걸음도 못 움직일 것같은 몸상태가 느껴졌지만 걸었고, 걸었다. 다리와 발은 퉁투 부었고, 어깨는 빠질 것 같았으며,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파왔다. 너무 많은 거리를 걸어다녔다. 이것은 혼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혼자 떠난 해외자유여행이었지만 계획했던 일정 대부분을 소화할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하게 계획했던 안전한 여행을 하게되었다. 도난이나 분실물이 없고 다친 곳 없이 복귀했다. 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움직여야했기 때문에 꽤 타이트한 일정에 매우 피곤했지만 마주치는 모든게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마카오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든 똑같지 않을까. 다들 사람사는 곳이고 많은 인구가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니까. 패키지나 여행사를 통해 갔다면 느끼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부가적으로 얻은 느낌이라 마치 가을 수확을 막 끝낸 농부의 마음처럼 부자가 된 듯하다.

관광지에서의 수 많은 사람들 틈에서, 현지인들 가득한 식당에서 주문을 못해 어물쩡거리던 시간에, 서양인들이 여름 휴양지로 잔뜩와있던 학사비치에서, 길거리에서, 나는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던 문화유산 앞에서,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던 건물 앞에서 나 자신의 초라함을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이방인의 기분을 잔뜩 느꼈던 해외에서 오히려 나는 나 자신의 쓸모없음을 느꼈다. 그렇다. 나는 그 무엇에 연류되지 않고도 충분히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공기처럼 자유로운 존재였고, 또 공기처럼 흔해빠진 사람들 중 1명에 불과했다.

중국어는 둘째치고 영어도 못하는 나에게 혼자 떠난 해외배낭여행은 시작부터 끝까지가 도전이었다. 마카오 공항에 도착해서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느껴졌던 후텁지근한 공기와 냄새. 안경에 습기가 찰 정도로 고온다습했던 마카오의 날씨. 택시기사가 여행객인 나에게 알려줬던 마카오의 BEST 2는 카지노와 여자였다. 호텔 프론트에서 언어가 안통하여 실랑이를 벌이고 한참이나 걸렸던 장면. "홀리데이! 노미터, 원 헌들 달러!"를 외치던 택시기사에게 바가지를 쓰는게 억울해서 걸어갔던 2일차 숙소에서의 체크인. 주문을 잘못해서 이상한 음식이 나왔던 완탕면이 아니라 완탕만 나온 맛집. 사진메뉴가 없어서 바로 옆 테이블에 있는 현지인에게 베스트메뉴를 추천받아 주문한 결과 그냥 국수만 나왔던 only noodle. 마카오 타워. 그리고, 근처 편의점을 못찾아 2시간이나 헤멘 끝에 겨우 찾아낸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물보다 저렴했던 칭다오 맥주. 마카오 세계불꽃놀이. 어쩌다 현지인과 함께 피웠던 담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물어봤던 길과 정보. 육포거리의 육포. 에그타르트. 커피. 학사비치의 고요함과 시끌벅적했던 세계문화유산들. 화려했던 마카오 밤거리보다 더 화려했던 카지노에서의 시간. 그전까지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사람과의 식사. 한참을 서로 바디랭귀지를 했던 까닭에 친해졌던 호텔 벨보이. 대부분의 코스를 걸어다녔기 때문에 엄청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고들은게 많아졌던 시간들. 이 모든 것들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카오의 홍콩 영어와 광둥어에 어느정도 적응될 시점에 다시 마카오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약간은 아쉬웠고 약간은 홀가분했다. 혼자였기에 가능했던 부분과 혼자였기에 불가능했던 부분들을 많이 깨달았다. 무엇보다 대견한건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않고 도보여행을 했고,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선 쪽팔린다는 이유로, 민망하다는 이유로 못했던 많은 것들이 있었다. 길을 물어보기도 꺼려했고, 남들의 시선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 환호성도 못지르고 참아야했다.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항상 2% 부족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다. 얌전한게 최고였던 한국에서의 삶과는 다르게 보다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게되었고, 그래서 조금은 강해졌다라고 생각하고 싶다.



추가로..


며칠간 자리를 비웠더니 이메일 150통과 읽어야할 아티클 245건이 쌓여있다. 일단 이건 나중에.

지금 몸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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